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충돌하면서 무역전쟁을 넘어 새로운 냉전시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타이완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국지적인 군사 충돌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가뜩이나 허약해진 세계경제가 다시 한 번 거센 태풍에 휘말리지 않을 까 심히 우려된다. 
 
양국 간의 관계 악화는 미 고위 관리들이 지난 4월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연구소 유래설'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수조 달러의 손해배상 거론과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중국 업체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적용기간 1년 연장,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해외 반도체 기업이 중국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경우, 미국 당국의 별도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제재안 등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 낼 수 있다”는 발언에 이어 코로나 중국 책임론을 반박한 중국 관료들을 겨냥, ‘미친 사람(wacko)’, 얼간이(dope)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까지 나서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타이완과 홍콩, 남중국해 문제까지 언급하는가 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거명하며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우한연구소 유래설’의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바이러스의 중국 기원과 확산 책임론을 적극 제기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현재 코로나 방역 실패와 경제 침체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경제 재건을 선거의 핵심 축으로 내걸었지만 빠른 경제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세계 최다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발생으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인명피해와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에 대한 분노를 중국으로 돌려 이 2가지 난관에서 일거에 탈출할 수 있는 선택지가 바로 중국 때리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중국이 미국을 계속 뜯어먹기 위해서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밀고 있다”고 언급,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을 적으로 삼아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자명해 졌다.  

 

미국의 공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중국도 맞불을 놓으면서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 더 나아가 국지적 군사 충돌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은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중국과 인근 국가들 간의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과 폭격기 편대 훈련을 펼쳐왔다. 중국도 1호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남중국해에 파견, 한 달 가까이 맞불 작전을 펴는 등 양국의 긴장이 한껏 고조돼 있다.  미 시사지 '더 디플로맷'은 "타이완이 미중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가 됐다"며 "미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경쟁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 월스트리트의 중국통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동안은 무역 적자를 핑계로 미국이 중국에 화풀이하는 수준이었고 중국도 이를 적당히 방어하는 입장이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양국 관계가 최악의 단계로 빠져들었다”면서 “이는 세계 경제에 비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중국 때리기를 미국의 미래 전략과 연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중심의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 체제를 재편, 중국에 의존하는 생산 공급망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자국 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양수겸장의 카드다. 이를 위해 중국 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이른바 리쇼어링을 하는 미국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는 한편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하거나 타이완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는 정치적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책임론을 고리로 한국 등 동맹국들과 함께 친미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구축하는 문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만들어 중국 생산기지를 무력화하고 미래 먹거리인 첨단산업 경쟁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관련, “그는 사실을 무시하고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 그가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은 국제적으로 이미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도 “폼페이오 장관 등은 불난 틈에 강도질을 했다”며 “그들은 세계 평화의 공적이 돼 자기 몸에 불을 지르는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 개막된 중국의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에서 중국의  국방비가 얼마나 증액할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어쨌든 두 강국의 충돌로 한국은 샌드위치가 돼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되지 않을 까 심히 우려된다. 특히 미국의 강한 압력으로 EPN에 끌려 들어갈 경우, 대중국 수출 피해는 물론 중국의 경제보복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엉망인데 사드 악몽까지 되살아나고 있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