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정치외교·국방/니어재단‘차기정부의 안보’ 세미나/이용수기자/입력 2021.11.16 03:00

 

김기정 “외교, 보은의 관점 넘어서야” 김성한 “북한 중심주의 벗어나야”

 

김기정 원장(왼쪽), 김성한 前차관

 

여야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인사들이 15일 민간 싱크탱크인 니어재단이 마련한 정책 세미나에서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노출했다. 미·중의 전략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양극단을 오가는 과거의 방식으론 한국의 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어렵다는 데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방법론을 놓고는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이제 미·중 전략 경쟁은 여타 모든 변수를 압도하고 흡수해 버리는 블랙홀이 돼 가고 있다”며 “경쟁과 충돌 요인이 증대하는 새로운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이 ‘전략적 입장 조정’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줄어드는 진실의 순간이 오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미·중의 대립에서 외교적 압박은 점차 심해질 것이라는 진단은 (나도) 같다”며 “전략적 입장 조정을 할 영역을 어떻게 찾느냐는 처방은 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제정치를 이른바 의리나 감성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 보은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넘어섰을 때 철저한 이익 중심의 판단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 중심의 외교를 지향해 온 야권의 시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에 참여 중인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은 미·중 전략경쟁의 최종 승자는 미국이 되리라 전망하면서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 외교를 양자택일의 순간으로 몰아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120% 동감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북한 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이로부터 벗어나는 외교다운 외교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 정부·여당의 대외·안보 정책이 대북 정책의 종속변수로 전락했다는 문제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일반적인 국제 관계는 합리성과 이성이 지배하는데 한국의 외교정책은 한반도를 통해 세계를 보고 그 위에서 수립됐다. 이번에도 또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외교 지도를 만든다면 엉망이 될 것”이라며 “부족 외교(tribal diplomacy), 감성이 지배하는 시각으로는 한국 외교를 이끌어갈 수 없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과거에는 일방적으로 미국의 외교 방침을 따르면 걱정거리가 없었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며 “우리 경제가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된 상황에서 미·중 관계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 우리의 외교적 대처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는 ‘외교의 부활’ 출간을 기념해 열렸다. 이 책은 니어재단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에 외교·안보 전략 지도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펴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외교·안보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의 기본 전략은 국내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세워지며 대통령의 뜻을 추종하며 최종 판단을 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그러다 보니 외교의 나침반이 5년마다 교체되고 국내 정치의 이념으로 코팅돼 외교·안보 전략이 일관성을 잃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어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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