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이르면 내달 1일부터 일상회복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방역체계가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전환돼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년 9개월여 만이다.
 
바이러스와의 공존 방식으로 전환되면 방역의 핵심 조치인 다중이용시설 운영 제한이나 행사·모임 제한 등이 서서히 완화된다. 또한 확진자 수보다 중환자와 사망자 수 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대응의 무게 중심도 자연스레 '방역'에서 '적절한 치료'로 옮겨가게 된다. 이른바 ‘위드 코로나’라고 불리는 새 방역체계에서는 일반인들이 독감 환자들과 같이 살아가는 것처럼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집에서 치료하면서 일상생활을 같이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을 통해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고 사망자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고강도 거리두기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면서 폐업이 속출했고 일반 국민 역시 방역 피로감을 느끼며 거리두기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증이다. 그런가 하면 의료·방역 인력들이 탈진하고 병원의 응급·중증 환자 대응에 과부하가 걸리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했다.
 
일상회복 선언은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 하겠다. 또한 코로나19 종식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일일 확진자가 4천∼5천명씩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하루 1만명 정도까지 급증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이 오더라도 일상회복 기조를 유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전염률이 높은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 치명률이 높아지고 수용 가능한 확진자를 훨씬 넘어서는 대유행이 전개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자마자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택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위드 코로나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위드 코로나는 철저한 준비태세를 갖추지 않은 채 시행할 경우 이제까지의 방역 성과마저 일순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위드 코로나 계획이 구체적으로 몇 단계로 구성될지, 시행 기간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정부나 전문가 대다수는 영국과 같은 급격한 정책 전환보다는 싱가포르처럼 점진적인 방역 완화가 현실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접종률이 70%, 80%, 85%로 올라가는 시점에 맞춰 사적 모임과 영업시간, 영업 정지 업종 등과 같은 규제가 단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기본 수칙 등은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드 코로나는 의료적 처치가 필요하지 않은 확진자는 집에 머물게 하고, 상태가 나쁜 확진자만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재택치료가 위드코로나의 기본이자 열쇠인 것이다. 그러나 재택치료가 환자 방치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재택치료자의 상태가 악화될 경우 즉각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또한 재택치료자와 함께 생활하는 비확진 가족과 보호자들을 어떻게 규제할 지도 풀어야할 과제다.

일상회복은 백신 접종율 상향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백신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미접종자가 의외로 많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9일 0시 기준 2천560명이고 이중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1천54명이나 된다. 이러니 백신을 맞고 죽느니 안맞고 죽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2030 등 젊은이들 가운데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백신의 안전성과 효용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종사자들의 무려 절반 가량이 백신 맞기를 거부, 당국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백신 패스 발급 등을 통해 비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강압적으로 다그친다고 해서 정부가 원한 만큼 접종률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통상 10년 걸리던 백신개발을 고작 1년만에 완료했으니 임상시험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많은 부직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내년 3월 대선을 의식해 충분한 준비도 없이 일상 회복을 밀어붙여서는 더 더욱 안된다. 무엇보다도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방역체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