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투데이코리아=박현채 주필 |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불패 신화`를 쓰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명품시장은 `나 홀로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명품이 뭔지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긴 줄이 형성되고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는 고객이 뜸한 시간대에도 여전히 붐빈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난 물건이나 작품'이다. 영어로는 럭셔리(Luxury)다. 라틴어 룩수스(Luxus)에서 파생된 것으로 극도의 사치 또는 부패를 뜻한다. 따라서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충족시켜 주는 사치품이나 호사품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최근 들어서는 명품이 같은 제품 중에서 품질이 가장 좋거나 가장 비싼 제품을 뜻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때로는 꼭 값비싼 것 보다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한 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쓰이기도 한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시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때다. 불과 30여 년 전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면세점에서 제품을 판매한 것이 시작이다. 당시엔 `명품`이라는 말 자체도 없었다. 다만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을 뿐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명품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90년 서울 압구정동에 `갤러리아 명품관`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명품을 지니면 뭇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요인이 명품의 지속적인 인기와 판매 급증으로 이어진다. 특히 겉모습이 중시되는 한국사회에서는 명품이 곧 `부`와 `성공`을 상징한다. 그러니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요즘에는 고등학생 심지어 중학생까지 명품을 선호할 정도로 젊은 세대의 유입이 빠르다. MZ(밀레니얼·Z)세대의 높은 명품 선호는 품질이 좋아 오래 쓸 수 있고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심리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도 있지만 고가에 되팔 수 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그래서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한국 명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27억달러(약 15조원)로 전 세계 8위를 차지했다. 올해 글로벌 10대 럭셔리 시장은 코로나 사태로 전년 대비 최대 25%까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1·2위인 중국과 미국은 지난해 대비 각각 22%, 25%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은 -1%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 상위 10개국인 중국,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스페인, 캐나다 중 가장 선방이 예상되는 니라다.

그러다 보니 호갱(호구+고객)`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들은 제품 하나가 히트를 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갖기를 바란다. 유행에 민감한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성향이 그러하니 다른 나라보다 가격을 올려 받아도 인기가 줄어들지 않는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7월 셋째주 공식 온라인몰 기준 루이비통 호보 도핀 MM의 국내 판매가는 409만원이다. 프랑스 판매가(약 325만원)보다 80만여 원이나 비싸다. 샤넬 클래식 플랩백의 국내 판매가(769만원)는 미국 판매가(약 697만원)보다 70만여 원, 구찌 GG 미디엄 토트백의 국내가격(264만원)은 프랑스(약 233만원)보다 30만여 원 더 비싸다.
 
글로벌 명품 업체들은 이 같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악용, 한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명품 업체들은 대체로 온라인 몰을 싫어한다. 하지만 샤넬, 루이비통에 이어 지난 달에는 콧대 높은 에르메스까지 공식 온라인 몰을 오픈, 글로벌 3대 하이엔드 브랜드가 일제히 온라인 시대를 열었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한국의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올 상반기에 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은 인기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에르메스 역시 이르면 이달 중 가격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명품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이들은 가격 인상 카드를 선택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으로 북미·유럽 시장에서 회복이 더딜 경우 장사가 잘되는 한국에 물량을 떠넘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
 
명품 브랜드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사회공헌활동이 턱없이 부족하다. 루이비통이 소속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과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이 속한 케링그룹은 올해 초 중국이 코로나19 위기에 처하자 수십억 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한국은 외면했다. 이처럼 이들에겐 한국이 봉 취급을 받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한 해 몇 번씩 가격을 올려도 지금처럼 묻지마 구매가 이어진다면 국내 시장은 현금인출기로 인식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