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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사무동 4층에는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되는 방이 한군데 있다. 무거운 철문을 여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낯선 광경에 경외감마저 드는 이곳은 유물의 정리 및 복원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수많은 토기 파편과 쓰임새를 알 수 없는 도구들이 저마다의 질서대로 늘어진 가운데 압도적인 위용을 드러내는 커다란 토기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는 손길의 주인이 바로 한영민 씨다.

 

“이 큰 항아리(大壺)는 경주 서봉총瑞鳳塚 북분을 재발굴 할 때 출토된 유물입니다. 지금 1년 가까이 복원작업 중으로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이처럼 저는 유물복원을 비롯해 유물정리, 발굴유물 보고서 발간, 고서적 정리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999년부터 했으니 올해로 20년이 됐네요.”

 

한영민 씨는 일주일에 3일 이상 박물관에 나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꼬박 유물을 정리하고 복원한다. 말이 자원봉사이지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까지 취득한 전문가다. 토기를 주로 다루며 창원 다호리유적, 봉산 양동리 전실묘, 법천리Ⅱ를 비롯해 부산 동삼동패총, 베트남 하노이 딘짱유적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여러 차례 참여해 유물의 세척, 복원 및 실측작업을 했다.

 

“처음 유물을 만났을 때의 설렘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부산 동삼동패총東三洞貝塚의 신석기 유물들이었는데, 빗살무늬토기 같은 것들을 정리하고 복원했어요. 비록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유물을 다뤘습니다. 그때 느꼈던 보람이 지금까지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끈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물에 대한 한영민 씨의 애정은 남다르다. 몇 개월 들여 정성스레 복원한 유물들이 제자리를 찾아 떠나갈 때는 아쉬운 마음마저든다고. 그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유물은 경주 황남동 소형고분군의 제사유적이다. 1926년 5월 경동선 개축공사로 황남동 일대에서 흙을 채취하던 중에 드러난 소형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로, 한영민 씨는 지난 2015년 복원 및 정리작업에 참여했다.

 

“당시 학예사 선생님이 복원해보라며 사과상자 크기의 상자 30여 개를 가져오셨어요. 큰 작업대 5개 위에 유물 편이 가득 펼쳐졌고 저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이쪽저쪽 작업대를 넘나들며 작은토기 편을 찾아 복원 작업을 했습니다. 토우가 달린 토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인물형 토우는 팔이나 손가락이 부러져 있고, 동물 토우의 경우 새 부리나 다리, 꼬리, 코 같은 것들이 떨어져 있어서 맞는 편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작업하던 와중에 국립경주박물관 상설전시실을 방문했다가 그곳에 전시된 황남대총 출토 ‘토우장식이 달린 토기’ 편을 보고 제가 작업하고 있던 황남동 소형고분 출토 ‘토우장식 토기’편과 같은 것임을 발견했습니다.”

 

얼마 후 두 토기의 편이 한 개체였고 그동안 주인을 알 수 없었던 황남동 제사유적이 황남대총의 주인을 위한 제사유적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학술적 성과로 이어졌다. 지금 작업 중인 대호 역시 어려움이 있었지만 큰 보람을 안겨주고 있다. 토기의 밑바닥인 저부底部와 몸통 부분인 동체부는 만지기만 해도 부스러질 정도

인 데다 분가루가 묻어나고 잘못 번조되어 내면과 외면이 분리된 곳이 많아 복원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겨우 경화硬化 처리를 해서 가까스로 작업하고 있었는데 토기의 입구 부분인 구연부와 동체부의 접합 부분을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작업이 지지부진해졌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이대로 작업을 포기하기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꼼꼼히 살펴보다가 구연부 쪽의 편에 아주 작은 돌멩이가 박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동체부 쪽에 돌멩이가 박혔던 작은 흔적을 찾아내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죠. 그 작은 돌멩이를 발견했을 때는 말 그대로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기에 완성했다는 성취감만으로는 20년의 세월을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작업을 하기 전에 부서진 토기 편들을 바라보면 두근거림보다 걱정이 앞서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저는 편들을 이어붙이며 천년의 시간을 같이 잇는다고 생각합니다. 천년의 잠에서 깨어난 유물이 관람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도 기대도 됩니다. 그래서 이 일을 제대로 해내야만 한다는 사명감이 절로 생깁니다.”

 

몇 년 전 개성 만월대 고려궁터 출토유물 복원작업 때 유물의 수량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며 실제 유물을 더 많이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한영민 씨는 마지막으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유물복원 자원봉사를 계속하고 싶다는 깊은 바람도 함께 전했다.23한영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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