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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소환과 홍보실[권오용의 재계 인사이트]

권오용 한국CCO클럽 부회장 | 승인 2019.10.16 10:36

[논객칼럼=권오용]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공개소환된 피의자의 첫마디다. 이어지는 질문에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라는 답변이 나온다. 그것뿐이다. 다른 얘기를 하는 피의자는 내 기억에는 없다.

그런데 피의자 공개소환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계속되어 왔다. 그럼 국민은 피의자의 죄송한 마음과 성실한 수사 자세를 알고 싶어 했던가? 그것도 아니었다. 결국 피의자의 공개소환은 수사에 임하는 검찰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권력이 높고 돈이 많고 대중적 인기가 있는 거물이라 해도 모여든 기자들과 카메라를 앞에 두고는 주눅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뻣뻣한 고개를 낮추게 하는 것이 공개소환이다. 혐의 사실을 부인하더라도 최소한 죄송하다는 표현은 아니 할 수 없다. 검찰이 기선을 잡을 수 있다. 공개로 소환되기를 싫어하는 피의자에게 '당신이 싫어해도 우리는 해낼 수 있다'며 패배감을 맛보게 할 수 있다. 거기다 언론의 요청에 응하는 형태니 향후 수사 과정에서 유리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이 많은 이유가 국민의 이름으로 행해질 수 있으니 그야말로 검찰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수사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픽사베이

기업의 홍보실로서는 총수의 공개소환이 참으로 죽을 맛이다. 검찰의 내사 단계에서부터 회사 내의 모든 조직은 불똥이 회장에게 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 공개소환에 대비해야 한다. 검찰은 유혹한다. 공개소환 정도에는 응해줘야 정상을 참작해 줄 수 있다고. 회사 법무실은 한술 더 뜬다. 공개소환은 돼도 언론이 크게 다루지만 않는다면 이 사안은 더 번지지 않고 조용해질 거라고. 그렇게 해 달라고 홍보실에 요청한다. 회장을 위한 일인데 마다할 수가 있는가? 그러나 그렇게는 되지 않는다. 총수를 포토라인에 세우려는 것은 사건을 키우려는 검찰의 의도된 전략이다. 어떤 언론이 공개로 소환된 회장의 모습을 지면에서 지울 수 있겠는가. 애초에 안 되는 일을 되게 해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밤새 사진을 앞면에서 뒷면으로 옮기고, 기사를 축소하고, 표현을 완화했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잠을 못 자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회사에 나가 봤자 "수고했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OO 신문의 논조를 보니 오히려 사건이 커질 것 같아, 어제저녁 TV 뉴스는 중요한 것도 많은데 왜 우리 것만 오래 나왔지, 그러면서 큰일 났다고 한숨을 짓는다. 공개소환으로 기가 꺾이면서부터 사건은 검찰이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의미에서 공개로 피의자를 소환할 수 있는 것은 검찰의 특권이다. 단순한 수사 기법의 차원이 아니라 검찰의 의도대로 사건을 끌고 갈 수 있는 큰 동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홍보실에 근무하면서 공개소환을 둘러싼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20여 년 전 근무처의 회장이 공개소환됐다. 점심 먹는 중에 회사로 들어와서 2시로 예정된 회장의 출두에 수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검찰 청사를 기자들 카메라에 찍히며 들어선다는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범죄 혐의가 있어 조사받으러 가는 길이기에 회장의 기분은 더욱 더 좋지 않다. 그러니 회장이 출두할 때는 아무도 옆에 있으려 하지 않는다. 엉뚱한 데서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까. 이럴 때는 꼭 홍보실 임원이 동원된다. 기분 나쁜 회장을 모셔야 하는 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다행히 회장은 통이 컸다. “권 상무, 회사 홍보는 잘되겠네” 모여 있는 기자를 보며 회장이 농담을 했다. “모델 값도 안 주는데 이런 홍보는 안 하는 게 좋죠” 서로가 쓴웃음을 지었다. 회장은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고 하고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며 포토라인을 통과했다. 회장 옆에 서 있던 나도 카메라에 찍혔다. 10년이 더 지나 다른 회사로 이직해 있던 나에게 어느 지인이 전화를 했다. 그 회사 회장 관련 뉴스가 났는데 내가 회장 옆에 있더라고. 아직 그 회사에 다니느냐고 물었다. 자료 화면이었는데 그걸 못 봤던 것 같다. 이렇게 한 번 찍히면 두고두고 주홍글씨가 쓰인다.

다른 에피소드. 회장이 9시에 공개소환 되기로 한 날, 나는 대가리가 크다고 다른 임원을 수행시켰다. 들어오는 정보를 보니 YTN은 현장 중계가 예정돼 있다고 했다. 이게 뭐가 큰 사건이라고 중계까지 하나. 전파 낭비가 아닌가. 이런 푸념을 하며 TV를 보고 있었다. 오후에는 특별 대담과 기획 특집이 준비돼 있다는 정보까지 들어왔다. 설상가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속보가 들어왔다. 12시에 평양에서 중대 방송을 예고했다. 김정일이라도 죽었으면 좋겠네 하고 실소를 했다. 그런데 12시에 정말로 일이 터졌다. 김정일 위원장이 죽었다. 일시에 회장 소환과 관련된 모든 뉴스가 사라졌다. 특집도, 대담도 모두 없어졌다. 화면은 온통 김정일로 뒤덮여졌다. 우리는 그걸 천우신조에 빗대 '천우북조'라고 지금도 부른다.

앞서 말한 에피소드에 덧붙인 또 하나. 밤샘 조사를 마친 회장은 새벽에 비공개로 나왔다. 검사가 기자실에 물어보니 들어갈 때 포토라인에 섰지만 나올 때는 설 필요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사실은 홍보실이 법조팀 간사한테 미리 협조를 구한 사항이었다. 사진 기자들은 모두 철수했고 회장이 나오는 시간까지 알아내 회사에 보고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이쪽에도 저쪽에도 회사 사람들이 보였다. 측근이라는 자들은 모두 보였다. 그들은 회장의 기분이 나빴던 출두 시에는 홍보실에 떠넘기고 회장이 홀가분하게 귀가할 때에는 모두 그들과의 시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나는 그냥 회사로 들어와 버렸다.

오랫동안 씻어지지 않는 공개소환의 폐해를 직접 겪은 나는 '공개소환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신문에 기고까지 했다. 일본에서 있었던 지하철 사린가스 살인사건의 주범인 옴진리교 아사하라 교주가 출두하는 장면을 인용했다. 일본 경찰은 종이박스를 키 높이까지 쌓아 살인범을 카메라와 격리했다. 효순・미선 양 사건을 재판하면서도 출두하는 미군 병사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한 사례도 들었다. 그리고 최순실 씨의 출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었다. 가장 중요한 증인이자 증거인데 저러다 누가 딴마음이라도 먹으면 어떡할 거냐며 공개소환을 없애자고도 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검찰이 정경심 교수의 소환을 비공개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특혜가 아니냐는 의견도 강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것은 틀림없다. 검찰의 특권 중 하나를 포기시켰다는 의미로 검찰 개혁을 실감케 하는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특혜 1호라는 주홍글씨는 정경심 교수에게 씌웠으니 검찰로서도 아쉬울 것이 없을 것이다.

이제 회장이 소환되더라도 홍보실은 바쁠 게 없을 것 같다. 정경심 교수가 특혜를 받았다면 홍보실은 그 과실을 거저 받아먹은 셈이 된다. 공개소환의 폐지로 덜어진 홍보실의 부담만큼 앞으로의 검찰개혁도 인권이 더욱 존중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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