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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고액보수자 면면과 내용 보면
좋은 직장·직업·직책 고정관념 무너져
콘텐츠, 플랫폼 분야로 인재 몰릴 것

©게티이미지뱅크

 

엊그제 공개된 올 상반기 상장사 고액급여자(5억 원 초과)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이 발견된다. 하나같이 너무도 달라진 세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들이다.

 

첫째, 콘텐츠의 약진. 이번 연봉 공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하이브의 수석프로듀서 '피독'(본명 강효원)이다. BTS의 대부분 히트곡을 작곡한 '방탄 신화'의 주역이다. 그가 올 상반기 번 돈은 무려 400억7,700만 원. 정몽구 최태원 구광모 등 재벌 회장들을 다 포함해도 그보다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없다.

400억 원 중 399억 원은 스톡옵션이다. 2016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하이브의 전신) 시절 주당 1,000원 남짓한 금액으로 스톡옵션을 받았고, 이후 BTS의 대성공과 기업공개로 주가가 30만 원을 넘자 권리를 행사해 이 어마어마한 돈을 손에 쥐었다. 단발성 소득이지만 그래도 38세 작곡가가 재벌 오너나 대기업 CEO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는 건 과거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비슷한 양상은 스타PD의 경우에도 확인된다.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된 나영석PD는 10억8,000만 원, '응답하라~'에 이어 '슬기로운~' 시리즈로 시청률 제조기가 된 신원호PD는 7억7,000만 원을 CJ ENM으로부터 받았다.

피독도, 두 PD도 모두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건 콘텐츠가 돈을 벌고,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이 돈을 버는 세상이 됐다는 의미다. 게임사에서 수십억 소득 임직원들이 쏟아진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제조업의 시대, 금융의 시대에 이어 콘텐츠의 시대가 왔음을 실감케 한다.

두 번째 특징은 경로의 파괴다. 금융권 최고 보수는 굴지의 금융지주사 회장도 아니고, 대형증권사 사장도 아니었다. 중소형 규모인 BNK투자증권의 영업담당임원이 44억 원, 삼성증권의 영업지점장이 43억 원으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 지점장의 경우 엄청난 거액자산가들을 오래전부터 자기고객으로 관리해왔는데 이번 '코로나 랠리' 특히 해외주식투자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안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부장→상무→전무→사장의 승진 코스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오로지 고액자산가 영업으로 승부한 결과, 삼성증권 사장(6억4,000만 원)보다 7배나 많은 돈을 벌었다. 과거였다면 임원이 되고, 사장까지 오르는 게 샐러리맨의 로망이었겠지만 이 증권맨의 성공은 회사가 정한 그런 서열과 승진 경로에 매달리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세 번째로 기업 서열의 변화. 국내 1등기업은 삼성전자이고, 삼성전자 CEO는 언제나 샐러리맨 출신 연봉킹이었다. 하지만 1, 2년 전부터 미세한 변화가 시작됐는데, 작년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보수(스톡옵션, 퇴직금 제외) 1위는 52억 원의 조대식 SK 수펙스 의장이었다. 특히 카카오 조수용 대표는 급여와 상여금 합쳐 42억 원을 받아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35억 원)을 제쳤다.

명예를 최고 덕목으로 받들던 시절이 있었다. 권력만 있으면 명예와 돈은 따라오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명예와 권력이 존중받지 못하고, 그걸 가졌다 해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요즘, 결국은 돈 즉 금전적 보상이 가장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좋은 직업, 좋은 회사, 좋은 직책의 개념도 변하는 게 당연하다. 전통의 제조업과 금융업보다 콘텐츠와 IT 서비스업이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한다면, 굳이 임원 사장이 되지 않아도 더 많은 급여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게 곧 좋은 직업이고 좋은 직장, 좋은 직책이 아닐지. 아마도 젊은 세대, 젊은 인재들은 이미 그런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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