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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이미경의 등장

출처: 글로벌경제신문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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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한국적 관점으로 보면 이번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이미경 CJ 부회장의 등장이었다. 감동적인 소감을 얘기해서가 아니다. 그녀의 등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한국사회가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해야 한다는 모범답안을 각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처음 그녀가 나올 때는 나도 당혹했다. “왜 나왔지?”, “돈이 좋긴 좋구나” 한 마디로 있는 사람이 움직일 때 일어나는 그런 거부감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대표가 털어놓은 비화는 이랬다. “이미경 부회장은 CJ 실무진을 대표할 수 있는 분이다. 그녀의 열정과 사랑을 알기에 작품상을 타면 곽신애, 봉준호, 이미경 순서로 얘기하기로 미리 정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한마디로 계획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가 제작진을 밀치고 나온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나는 봉준호 감독의 리더십을 읽었다.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을 그는 이미경 부회장과 공유했다. 그 자신이 더 오랫동안 빛날 수 있는 순간을 남에게 줬다. 이미경 부회장은 책임프로듀서로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엔딩 크레딧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못 봤다. 눈에 띄게 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곽신애 대표의 표현대로 하면 그냥 실무적으로 일했다는 것.

그러나 오너가 있는 회사의 직원들은 귀신같이 안다. 오너의 이름이 아무리 작게 기재돼 있어도 위치를 찾아내고 의미를 이해한다. 아마 이미경은 CJ의 실무진이 봉준호나 제작진에게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을 막아냈을 것이다. 돈을 두고 나타날 수 있는 문화와 자본의 갈등을 오너가 해결해 준 것이다. 그만큼 봉준호 감독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바람막이 역할을 해 줬을 것이다.

자본의 눈으로가 아니라 문화의 눈으로 완성도가 높아진 것은 그 덕분이었다고 본다. 그 만큼 그녀의 기여는 컸고 그래서 기생충은 세계적인 물건이 됐다. 봉테일이라 할 만큼 꼼꼼한 봉준호 감독이 이를 놓쳤을 리가 없다. 그래서 그녀를 무대 앞으로 불러 세웠을 것이다.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을 양보한 봉준호, 죽어라 일하고도 뒤에 숨어있던 이미경. 이 두 사람이 발휘한 겸손한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가장 절실한 덕목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적 관점에서는 이미경의 등장이 이번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였다고 본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졸업식 송가다. 이번 봉준호와 이미경이 연출한 아카데미상 수상식은 졸업 송가가 울려 퍼진 졸업식장이었다. 그들은 울어도 됐다. 졸업식 같이 마음껏 울고 새 출발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훌륭했다.

봉준호와 이미경은 진영화된 한국 사회에 공존의 모범을 제시했다. 이념으로, 지역으로, 연령별로, 성별로, 소득별로..., 우리 사회는 너무도 많은 진영의 논리를 안고 산다. 자본과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문화의 입장에서 살려면 돈이 필요했다. 자본의 입장에서 재능을 보면 돈을 질러도 됐다. 그럼에도 둘의 공존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필자가 벤처업계에 있던 2000년대 초에도 벤처의 자금이 영화계로 유입됐다. ‘공동경비구역JSA’, ‘번지점프를 하다’, ‘태극기 휘날리며’ 등 많은 히트작이 있었다. 그러나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돈의 쓰임새가 투명해야 했다. 반면 영화계는 현실을 모른다고 했다. 수백만 원어치 술을 먹고도 간이 세금계산서로 처리했다. 테헤란로의 논리와 충무로의 현실이 돈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겨나고 깊은 골이 파였다. 결국 둘은 갈라섰다. 그 당시의 문화투자가 그랬다.

그런데 CJ는 아니었다. 갈등을 포용하며 문화 사업을 숙명처럼 여기며 투자를 이어갔다. 300편이 넘는 영화에 투자하고 멀티플렉스 등 기반산업에 7조8000억 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초조해하는 실무진에게 그녀는 조바심내지 말라며 스스로 책임프로듀서를 자처했을 것이다. 그 사이 영화계의 관리 능력도 많이 고도화 됐으리라. 그러면서 갈등이 조정되고 골이 메워졌을 것이다.

결국 겸손한 리더가 조급한 자본을 다독여 최대의 창의성을 발휘케 한 것이 ‘기생충’이었다. 자본과 문화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도 ‘기생충’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좀처럼 되기 어려운 진영간의 화해를 이뤄낸 것이 ‘기생충’이었다. 서로 다르지만 틀리지는 않기에 서로의 특성을 잘 이해해 내면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살아있는 사례를 ‘기생충’은 보여줬다.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기생충’에서 읽어본다. 이미경의 등장은 봉준호가 길을 닦았지만 그만큼 큰 울림을 우리 사회에 줬다.

나라가 어지럽다. 좌표가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김병종 화가가 프랑스의 일화를 얘기해줬다. 샤를 드골 대통령이 각료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모두 암담한 경제지표를 얘기하는 데 대통령이 물었다고 한다. “프랑스에 시인은 몇 명이나 될까?” 시큰둥한 대답은 “쌔고 쌨겠죠. 경제가 어려우니 더 늘어났겠죠” 드골이 말했다. “그러면 됐지.”

문화의 힘은 오래간다. 이미경이 시도한 문화에 대한 자본의 이해가 한국 사회의 품격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지적으로 강해지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를 희망한다. 그만큼 이번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이미경의 등장은 우리에게 하이라이트였다.

글로벌경제신문 경영자문위원/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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