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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엄마의 눈물

오늘 아침에도 엄마가 연탄재 부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살짝 문을 열고 보니 밤새 눈이 왔고 엄마가 연탄재를 바께쓰에 담고 계셨다. 올해는 눈이 많이 와서 우리 집 연탄재가 남아나지 않겠다. 학교갈 때 엄마가 학교까지 몇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깔아놓은 연탄재 때문에 흰눈 위에 갈색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 위로 걸으니 별로 미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올 때는 내리막길인데다가 눈이 얼어붙는 바람에 너무 미끄러워 엄마가 나를 업고 와야했다. 내가 너무 무거웠는지 집에 닿았을 때 엄마는 숨을 헐떡거리고 이마에는 땀이 송송 나 있었다. 추운 겨울에 땀 흘리는 사람! 바로 우리 엄마가. 그런데 나는 문득 엄마의 이마에 흐르는 그 땀이 눈물같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나를 업고 오면서 너무 힘들어서 우셨을까, 아니면 또 ' 나 죽으면 넌 어떡하니' 생각하시면서 우셨을까. 엄마 20년만 기다려요. 소아마비는 누워 떡 먹기로 고치는 훌륭한 의사 되어 내가 엄마 업어 줄게요.

일기를 보면서 입에는 미소가, 눈에는 눈물이 돌았다. 꿈을 이루는데 '누워 떡 먹기'라는 표현을 쓰는 열살짜리

어린아이의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재미있어 웃음이 났고 학교에 가기 위해 모녀개 매일매일 싸워야 했던 그 용맹스러운 투쟁이 새삼 생각나 눈물이 났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내게 학교에 간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 간다의 문제였다. 우리집은 항상 내가 다니는 학교근처로 이사를 하여 학교에서 고작 이, 삼백미처 정도의 거리였지만, 그것도 내게는 버거운 거리였다.

게다가 비나 눈이라도 오는 날은 학교에 가는 길이 그야말로 필사적인 투쟁이었다.

아침마다 우리 여섯 형제는 제각각 하루의 시작을 위해 대전쟁을 치렀는데 어머니는 항상 내 차지였다. 다리 혈액순환이 잘 되라고 두꺼운 솜을 넣어 직접 지으신 바지를 아랫목에 넣어 따뜻하게 데워 입히시는 일부터 시작하여 세수, 아침식사, 그리고 보조기를 신기시는 일까지, 그야말로 완전무장을 하고 나서 우리모녀는 또 '학교가기' 전투를 개시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어머니는 나를 업어서 데려다 주셨지만 그것으로 끝나는게 아니었다. 화장실에 데려가기 위해 두시간에 한번씩 학교에 오셔야 했다.

그때 일종의 신경성 요노증 같은 것이 있었던지 어머니가 오시면 가고 싶지 않던 화장실도 어머니가 일단 가시기만 하면 갑자기 급해지는 것이었다. 때문에 어머니는 항상 노심초사, 틈만 나면 학교로 뛰어오시곤 했다.

어머니와 내가 함께 걸을 때면 아이들이 쫒아다니며 놀리거나 내 걸음을 흉내내곤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에는 이미, 철이 없어서였는지 그 반대였는지 적어도 겉으로는 그것을 무시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일부러 보조기 구둣발 소리를 크게 내며 앞만 보고 걷곤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쉽사지 익숙해지지 못하셨다. 아이들일 따라올 때마다 마치 뒤에서 누가 총이라도 겨누고 있는 듯, 잔뜩 긴장한 채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걸으시다가 어느 순간 홱 돌아서서 날카롭게

"그만두지 못해! 얘가 너한테 밥을 달라던, 옷을 달라던!" 하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언제나 조신하고 말없는 어머니였지만, 기동력 없는 딸이 이 세상에 발 붙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목숨 바쳐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 억척스러운 전사였다. 눈이 오면 눈 위에 연탄재를 깔고 비가 오면 한손으로는 딸을 받쳐 업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든 채 딸의 길과 방패가 되는 어머니의 하루하루는 슬프고 힘겨운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뿐인가, 걸핏하면 수술을 하고 두세달씩 있어야 했던 병원생활, 상급학교에 갈때마다 장애를 이유로 입학시험 본느 것조차 허락하지 않던 학교들.....

나 잘할 수 있다고, 제발 한자리 끼여달라고 애원해도 자꾸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세상에 그래도 악착같이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내 앞에서 한번도 눈물을 흘리신 적이 없었고, 그것은 이 세상의 슬픔은 눈물로 정복될 수 없다는 말없는 가르침이었지만 가슴속으로 흐르던 '엄마의 눈물'은 열살짜리 딸조차도 놓칠 수 없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어디선가 본 책의 제목이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걷지 못하거나 보지 못하는 자식을 업고 눈물같은 땀을 흘리며 끝없이 층계를 올라가는 어머니, " 나 죽으면 어떡하지" 하며 깊이 한숨짓는 어머니, "정상"이 아닌 자식의 손을 잡고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따갑게 느끼며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걷는 어머니, 이 용감하고 인내심 많고 씩씩하고 하느님 같은 어머니들의 외로운 투쟁에 사랑과 응원을 보내며 보잘 것 없는 이 글을 나의 어머니와 그들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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