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이재명 후보가 방송인 홍진경씨와의 대담에서 “정부는 돈이 많다.”고 했다. 이 후보의 이것저것 해 주겠다는 얘기에 홍씨가 “돈을 어디서 구하나, 정부가 그렇게 돈이 많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허경영 후보는 아예 “나라에 돈은 많은데 도둑놈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18세 이상 1인당 1억 원, 결혼비용 1억 원, 코로나 피해 긴급생계지원금 1억 원 등을 공약했다. 눈이 번쩍 뜨인다. 나라에 정말 돈이 많은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5년간 178조원이 소요된다고 얘기했었다. 재원은 재정지출 절감(92조원)과 기금여유재원(15조원), 조세개혁(66조원)으로 마련한다고 했다. 나라에 있는 많은 돈만으로 공약을 이행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국가채무는 한 푼도 늘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2016년말 627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21년말 1,064조원이 됐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섯 차례의 추경이 127조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빚을 낸 것 외에는 돈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는 결론이 난다. 

윤석열 후보도 '세출구조조정'을 공약이행의 방안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할 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예산이 660조원 정도가 되는데 이 중 반드시 써야 할 고정비를 뺀 재량있는 사업비는 200조원 정도가 된다. 이나마도 사회기반시설(SOC)투자 등이 예정돼 있어 10%를 깎기도 어렵다. 그래봐야 20조원이다. 결국 빚을 더 내거나 세금을 더 내야 나라에 돈이 생길 수 있다. 

사실 돈이 많은 나라는 빚 걱정을 하지 않는다. 기축통화국의 얘기다. 달러, 유로, 엔 같은 기축통화는 안전자산으로 간주 돼 국채를 발행해도 소화가 잘 된다. 그러나 비(非)기축통화국은 다르다. 비 기축통화에 빚이 많은 나라의 국채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외면당한다.

이러니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 47.9%는 미국의 134%, 일본의 254%와 비교될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원화를 외환보유고로 갖고 있다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G2의 일원인 중국 위안화 조차 세계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중 2.66%로 달러(59.15%), 유로(20.48%)에 한참 못 미친다.

이재명 후보는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이 되니 미국이나 일본 같은 부채비율로 가도 문제 없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확인이 안 된다. 오래 살면 장수(長壽)할 수 있다는 하나마나 한 얘기다. 결국 우리나라는 빚을 늘려 살림살이에 보탤 여유는 거의 없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세금을 더 내서 나라에 돈을 보태면 어떨까? 그런데 우리나라 직장인의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은 42%, 여기에 지방소득세 4.2%를 추가하면 46.2%가 된다. 준조세 성격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로 대략 4~5%가 추가되면 최고 50%내외가 원천징수가 된다. 거기다 전체 근로자의 절반 정도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세금을 더 내라는 얘기는 국민의 절반에만 해당되고 납세자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그런 국민들을 향해 청와대 정책실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의 대변인은 BTS처럼 세계가 부러워 할 K-세금이라고 자랑했다. 이건 납세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명예를 훼손하고 징벌을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세금을 더 거두려면 바른 길로 가야 한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법인세수는 70조 3,963억 원이었다. 2021년 본 예산 편성 당시 예상한 53조 3173억 원보다 17조 790억 원 더 걷혔다.

그런데 이 초과세수의 95%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10대 기업에서 나왔다. 국민의 힘 유경준 의원의 분석이다. 선동적 구호로 부자 증세를 외치지 않아도 이미 건실한 대기업은 증세를 해주고 있다. 소득세도 마찬가지, 좋은 일자리를 가진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 세금은 저절로 더 걷히게 되어있다. 통계청 공식발표로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취업자가 늘었지만 주 40시간 일한 것으로 가정하는 전일제 환산(FTE) 방식으로는 4년 간 취업자는 209만명이나 줄었다. 

이제는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다. 기업인을 존경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고 기업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라에 돈이 많이 생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기업이 성장하면 나라에 돈이 생기고 국민은 복지를 누릴 수 있다. 부자증세라는 허황 된 공리공담에 매달려 있는 사이에 우리나라의 조세 경쟁력은 2017년 17위에서 2021년 26위로 9계단이나 떨어졌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가는 것이 떨어진 조세경쟁력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나라에 돈이 없다. 돈이 많다는 환상으로 설계 된 미래는 또 다른 실패를 예고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