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만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국내에서 다시 확산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웃 일본 등 해외에서 AI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다 철새들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 항원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어 언제든지 가금농장으로 전파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최근 경기도 용인 청미천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진됐다. 올들어 천안(2건)·용인(1)·이천(2)·제주(1)의 철새도래지 야생조류에서 총 6건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발견된 바 있어 이번이 7번째다.

국내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확진된 것은 2018년 2월 충남 아산 곡교천에서 발견된 이후 2년 8개월여 만이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가금농장으로의 전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항원 검출지역과 주변 철새도래지 일대에 대한 특별방역조치를 오는 12월 8일까지 연장했다. AI 잠복기가 최장 21일이기 때문에 시료채취일로부터 21일 후인 이날까지 연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잠복기가 끝나는 다음 달 초순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10월 하순부터 고병원성 AI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아일랜드, 독일, 영국, 일본, 이스라엘, 네덜란드, 러시아, 라오스,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총 282건이 발생했다.

10월 한 달 동안 발생한 29건의 거의 10배나 된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지난 6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이웃 일본에선 지난 10월 24일과 11월 5일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된 이후 가금농장에서 2~5일 간격으로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금농장에서 5건이 발생했고, 의사환축(의심되는 병든 가축) 3건이 확인됐다. 일본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18년 1월 10일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겨울 철새도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환경부가 11월 13일부터 3일간 국립생물자원관과 공동으로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112곳을 대상으로 겨울철새 서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183종 약 95만 마리가 도래했다. 이는 전월보다 64%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오리, 기러기, 고니 등 조류인플루엔자에 민감한 오리과 조류가 전월 대비 56% 늘어났다.
 
AI는 닭·오리 등 가금류와 야생조류에 주로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국내에선 2003년 고병원성 AI가 처음 보고된 후 2018년까지 2~3년 간격으로 8차례나 발생해 매번 수백억~수천억원씩 피해를 보았다. 가장 피해가 컸던 2016~2017년에는 50개 시·군에서 383건이나 발생했고 전국에서 3700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경제적 손실이 1조원을 넘어서고, 대량·밀집 사육시설을 중심으로 전국 양계농가는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AI는 한번 발생하면 순식간에 확산된다. AI 바이러스는 축사내 먼지나 분변에서 5주간 생존할 수 있고 감염된 가금류의 호흡기나 분변에서 대량 방출돼 인근 농장 등으로 쉽게 전파된다. 게다가 고병원성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달해 피해가 막심하다. 인체에 직접 감염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하지만 1997년 홍콩에서 사람이 직접 감염돼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바이러스 검출지역의 격리·소독, 거점소독시설을 통한 차량과 사람 소독, 축산차량의 농장 진입 통제와 소독 등 3중 차단막을 구축해 놓고 야생조류의 바이러스가 가금농가에 전이되는 것을 막고 있다. 또한 스웨덴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시 발생하자 스웨덴산 가금류와 가금육의 수입을 11월 18일부터 전면 금지시켰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가금농가에선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생조류로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전국 각지에서 검출되고 있는 만큼, 농장 밖은 이미 오염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AI는 활동이 자유로운 야생조류가 옮기기 때문에 예방이 쉽지 않은 만큼 닭·오리 등의 방사 사육을 금지하는 등 방역 고삐를 단단히 조여야 한다. 국민들도 AI 발생지나 겨울철새 도래지 여행을 자제해 AI 확산을 막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하겠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