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돌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국회의원에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는 36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28일 공개된 당대표 후보 8명 중 5명을 가려내는 예비경선(컷오프) 결과에서 41%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6월 11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근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4선 경력의 나경원 전 의원 과 원내대표를 지낸 5선 주호영 의원 등 중진들을 크게 제치고 지지율 1위를 기록해 왔다.

이번 경선은 당초 주호영, 나경원 후보의 양강구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이번에 선출될 당 대표는 취임 후 9개월밖에 남지 않은 내년 대선의 큰 그림을 그리고 선거를 지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30대 젊은 신진을 제1야당의 간판으로 내세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 까
 
‘이준석 돌풍’의 핵심은 이준석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변해야 한다는 민심의 강한 요구라 하겠다. 근본부터 갈아엎어 무작정 반대만 하는 야당, 흘러간 유행가만 되뇌는 야당에서 벗어나 합리적 대안 보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 달라는 당원과 보수층의 열망이다. 다시 말해 ‘꼰대당’의 이미지를 털고 새롭고 미래지향적이며 정의로운 정당을 만들어 달라는 얘기다.
 
물론 그,동안 국민의힘 내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수많은 혁신과 변화가 시도됐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더뎠다. 그 결과 일반 국민의 눈에는 여전히 기득권에 집착하는 '꼰대 정당'으로 비친 것이다. 특히 4·7 재보선에서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줬지만 그 후 고질적인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국민과의 약속인 변화와 쇄신의 모습도 실종되고 말았다. 그래서 도로한국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국민의힘은 차기 대통령 선거가 채 1년이 남지 않았는데도 당내에 지지율 두 자릿수의 후보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미래가 불투명하고 취약한 제1야당이다. 4·7 재·보궐 선거 승리도 '조국 사태'와 부동산 실정에 따른 반사 이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데도 마치 대선에서 승리라도 한 것처럼 행동했다. 반성과 쇄신이 더딘 이런 정당에 대한 실망이 ‘이준석 바람’으로 폭발한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돌풍은 한 때의 바람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컷오프 성격의 예비 경선은 당원과 시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각각 50%이지만 당대표 본경선은 당원 의사 반영 비율이 70%나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선의 중진들이 장악한 당내 기득권의 벽을 신예 정치인들이 뛰어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래서 그런지 본경선이 다가오면서 저질 패거리 정치가 되살아 나고 있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다. 친이명박계 인사가 주축이 된 모임인 국민통합연대는 지난 25일 지부에 문건을 내려보내 당대표로 친이계 주호영 의원을 찍으라고 지시했다. 공식 문건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계파정치로 쇄신의 바람을 꺾으려는 시도임이 분명하다. 주 의원 자신도 이 전 최고위원이 1등으로 나오는 여론조사가 너무 많이 실시된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나경원 전 의원도 이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특정 후보와 가까운 사람이 당 대표가 됐을 경우 야권 통합, 단일 후보를 만들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상대를 흠집내 이득을 얻으려는 이같은 수법은 본인에게는 일시 유리할지 모르나 결국 당과 정치를 망가뜨리는 행위다. 그렇게 해서 승리를 한다 치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세대교체 열풍이 나이나 선수(選數) 차이를 뛰어넘는 대 보수 혁신으로 이어져 앞으로 있을 대선 국면에서 당을 어떻게 혁신하고 어떤 비전으로 2030세대와 합리적 중도층의 마음을 잡을 건지 치열한 가치 투쟁으로 승화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이번 신인 돌풍이 국민의힘을 넘어 정치권 전체로 확산돼 참신한 새로운 정치 문화가 정치권 전반에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