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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제위기는 특정부위 고장… 코로나 사태는 전신마비 수준”[파워 인터뷰]

 

출처: 동아일보 3.19

 

 
 

2008년 금융위기 때 금융위원장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硏 이사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위원장을 맡았던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제 전체가 사실상 올스톱된 현 상황을 전신마비가 된 환자에 비유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현재의 위기가 과거의 경제위기 상황과 어떻게 다른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모두 금융 부문의 위기에서 시작됐다. 2008년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1997년 외환위기는 기업 부실이 금융으로 번져 생긴 문제다. 지금은 원인부터 다르다. 전염병의 확산으로 시작해 1차적으로 실물이 타격을 받았고 그게 금융으로 확산된 ‘실물·금융의 복합 위기’ 성격으로 봐야 한다. 또 일반적인 경제위기는 수요가 급격히 줄며 경제 전체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생기는데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이 멈춰 섰고 공급 체계가 충격을 받으며 수요도 위축된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니 파장의 폭이 더 크다.”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전염병이 돌며 사람들이 이동을 멈춘 게 가장 큰 이유다.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하면서 돈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기동성도 떨어지다 보니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멈춰 섰다. 몸 전체를 경제에 비유하자면 과거의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는 어느 특정 부위에 탈이 나 생긴 문제인데 지금은 전신마비에 가까운 상태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응급조치는 무엇일까.

“순서로 보면 방역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하는데 경제 문제를 풀려면 인과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방역이 안 된 상태에선 경제를 돌릴 수 없다. 과거에 돈을 풀면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던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상황이다.”

출처 : 동아일보 DB

―현재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나 대공황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은데 냉정히 평가했을 때 어떤 수준으로 보는지.

“주가 하락 폭만 봤을 때는 과거가 더 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뒤 10월 말 코스피가 1,000 밑으로 떨어졌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상황이 나쁜 건 아니다. 미국도 코로나19 사태 전인 2월 초까지만 해도 주가와 고용 시장이 역대 최고치 수준이었다.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장이 끝났다는 분석은 가능하지만 과거의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그때의 주가 낙폭이 더 크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의 파장과 기간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확장되고 얼마나 시간을 끌지 어느 전문가도 전망할 수 없다. 이 상황이 길어지면 금융위기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 (경제) 마비 상태가 오래가면 경제는 쓰러진다.”

―앞으로 위기의 가장 큰 분기점은 언제가 될까.

미국 내 전염병 확산 정도가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미국은 세계 정치와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나라다. 미국이 얼마나 빨리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늘어난 유동성은 코로나19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나.

“이미 기업과 개인이 과도하게 부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레버리지를 높이기(부채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채가 늘었다. ‘이번엔 다르다’의 저자 카르멘 라인하트는 최근 통계 세미나에서 전 세계 부채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위기가 왔을 때 경기를 되살리는 방법은 재정으로 나랏돈을 풀거나 중앙은행에서 돈을 푸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현 상황에선 이 두 가지 방안이 모두 한계가 있다. 유동성을 풀다가도 적절한 시점에 긴축을 해야 했는데 각국이 그 타이밍을 놓쳐 왔다. 긴축의 부작용으로 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 사태로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세계 리딩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이 수정될 수 있다. 글로벌 생산망이 분산돼 있으면 차후에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기업의 공장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이미 미래 학자들은 전염병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전염병의 창궐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경영 시스템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이 생길 것이다.”

―각국의 자국 중심주의 기조는 현 사태 수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자국 중심주의가 퍼지면서 각자도생의 시대가 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 유효한 공조 프레임이었던 주요 20개국(G20) 같은 건 요즘 의미 없는 협의체가 됐다. 방역을 확실하게 할 때까지는 국경을 걸어 잠그고 각국이 자국 중심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공조는 여전히 필요하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완화 정책을 쓸 때 서로 보조를 맞춰주고 통화스와프 같은 방파제를 구축해야 한다.”

출처 : 동아일보 DB

―이번 위기 국면에서 한국은 특히 충격을 더 많이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단순히 산업 구조가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 외에도 우리 경제가 허약체질화되고 있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의학적으로 보면 이미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던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됐을 때 경제를 다시 복원해야 하는데 반등 폭을 키워줄 요인이 마땅치 않다. 코로나19로 충격은 충격대로 더 많이 받고, 그 이후 경기부양책을 써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약하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제체력이 꾸준히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경제 활력을 키워야 하고 규제도 기업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은 한 방이면 되는데 개혁은 꾸준하게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제다 보니 기조가 수시로 바뀐다. 개혁을 시작할 만하면 선거가 온다. 이해관계자와의 마찰도 있다.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한 안목보다는 단기적인 정치 이해에 휘둘린다. 꾸준하고 적극적이고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을 하려다 뒤집기만 반복하니 경제에 나쁜 내성이 생기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쓸 수 있을까.

“비상 시기인 만큼 적극적인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다. 다만 재정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핀셋 전략’을 써야 한다. 자영업자가 됐든 중소기업이 됐든 맞춤형으로 재정을 투입해야지 돈을 살포하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 투자 효과를 유발하는 쪽에 재정이 쓰이도록 해야 한다. 통화 정책은 가계부채가 1600조 원이 넘고 이미 금리가 낮다는 점이 장애물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적지 않은데 생산적인 투자가 아닌 부동산으로 많이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필요하다면 금리를 일부 인하하거나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금리를 얼마나 낮추느냐보다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만 돈 풀기는 일종의 마중물에 불과하다. 펌프질을 할 때 마중물은 적당히 부어야 효과가 있다. 세게, 많이 부으면 오작동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달라진 외교 정세가 코로나19 사태의 수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 정부에서 미국과 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가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통화스와프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기에 진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였다. 내가 당시 (금융위원장으로서) 미국 지도부를 만날 때도 한국과 미국 정부 간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 일본도 기축통화인 엔화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빨리 관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가장 시급하게 생각해야 할 정책 과제는.

“기존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다. 좋은 기회이지 않나. 명분 없이 기존 정책을 수정하기 어렵다면 지금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질 좋은 일자리가 수천 개 사라지게 생겼는데 기존 대책을 유지해서 되겠나. 위기 극복을 위한 카드로 생각해봐야 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1949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석사, 경영학 석·박사
△1986∼1998년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1998∼2001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
△2007년 외교부 국제금융대사
△2008년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
△2009∼2013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2019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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