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은(31회) 면역력은 인구집단 흥망성쇠에 지대한 영향

by 사무처 posted Feb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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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은의 의학이야기] 면역력은 인구집단 흥망성쇠에 지대한 영향


 
코로나19 예방접종…부작용 두려워 회피 말아야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도봉구의사회 부회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도봉구의사회 부회장)

인류역사에 치명적인 미생물이 갖는 중요성은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정복하고 원주민을 말살시키는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침공한 이주민의 총칼에 의해 전쟁터에서 희생당한 신대륙의 원주민보다 유럽의 병원균에 감염되어 병들어 죽은 원주민 수가 더 많다. 병원균들은 대부분 인디언들과 그 지도자를 죽이고 생존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림으로서 인디언의 저항을 약화시켰다.
그런데 신대륙에 있는 인간의 전염병은 인디언들에게 치명적이었지만 유럽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하다. 왜 유럽인들은 신대륙의 원주민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강력한 전염병균에 대항할 수 있었을까?

 

오랜 세월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대부분의 전염병균은 가축들로부터 건너왔다. 홍역, 결핵, 천연두는 소, 인플루엔자는 돼지와 오리, 백일해는 돼지와 개, 열대말라리아는 조류에서 사람으로 건너왔다. 소, 돼지, 닭은 아메리카 대륙에 없는 동물이다. 인류가 농경으로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간헐적인 수렵으로 얻어지는 부족한 단백질과 추위에 약한 인류의 보온을 위해 필요한 가죽을 구하려고 야생에서 잡아 길들인 동물이 가축이다.
심경법이 발달하여 농업생산량이 증가하고 도시가 형성되자 더 많은 농산물이 필요하였고 농산물을 재배하여 도시로 운반하기가 인간의 근력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가축으로 데리고 살 수 있는 동물이 유라시아에는 흔했지만 아메리카 대륙에는 라마, 칠면조, 오리, 개 등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수가 적었다.

 

야생의 동물들을 길들여 집으로 들여오고 도시와 농촌의 운송수단, 전쟁터에서 기동력을 제공하는 병기로 이용하면서 가축들과 함께 살게 되었고 상하수도가 없었던 대부분의 도시는 인간과 동물들의 분뇨와 오물로 미생물의 천국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해당 동물들에 국한된 세균들이 변이과정을 거쳐 인간에게 전해지고 점점 더 많은 미생물에 노출된 유라시아 인들은 가축들이 전해준 전염병에 저항성을 갖게 되었다.


반면에 아메리카 대륙에는 수레와 쟁기를 끌 수 있는 동물은 없었고 순전히 사람의 노동력만으로 농사와 건축을 감당하였다. 영화에 보면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다니지만 스페인인들이 유럽에서 전해준 것이다. 잉카와 아즈텍의 문명을 보면 힘센 가축과 돌을 가공할 단단한 쇠도 없이 돌로 된 거대한 건축물과 도시를 건설하는 능력은 유럽인들을 능가한다. 이들이 피사로에게 우왕좌왕하면서 혼란 속에 당했지만 전투가 거듭되면 충분히 대적할 능력이 있었다.
아프리카 열대와 사막 기후와 달리 아메리카대륙의 잉카와 아즈텍은 안데스 고원의 사람이 거주하기 편한 기후였다. 유럽인이 신대륙으로 건너오기 전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인구는 2000만명 정도였고 남아메리카는 이보다 많은 인구가 살았다. 유럽인이 도착하자마자 이들이 운반해온 전염병균은 유럽인들보다 빨리 내륙으로 번져나가 종국에는 인구의 대부분이 사망하였다. 다음 유럽인들이 도착할 즈음에는 남북아메리카에 각각 1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원주민이 생존해있을 뿐이었다.

 

면역력은 문명을 이룬 한 인구집단의 흥망성쇠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위기상황을 겪어본 사람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상황을 넘기는 능력이 확연히 다르다. 전쟁은 개전초기에 가장 혼란스러워 명령전달이 원활하지 못해 군사들의 희생이 많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 다양한 전쟁의 상황에 노출된 병사는 경험에 의해 위기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히 대응한다. 아무리 성능 좋은 병기를 갖춘 군대라 할지라도 군사들이 병기를 다룰 줄 모르고 명령체계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그 군대는 오합지졸이다. 그래서 군인은 끊임없이 훈련하고 예상되는 전투상황에 대처하는 경험을 쌓고 오류를 수정해 나가는 군대가 강군이 된다.

 

예방주사는 우리 몸에 침입하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맞아 전략을 세우고 명령체계를 세우고 병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평화 시의 군사훈련과 같은 것이다. 예방주사로 훈련받은 면역체계는 메모리 T-cell에 침입할 세균과 바이러스를 기록하고 적절히 대처한다. 이들이 침입하면 B-임파구에 항체 생산을 명령하고 자연 살해 임파구와 대식세포 등을 출동하여 병든 세포를 즉시 제거한다. 지금까지 인류를 괴롭혀온 모든 전염병은 몇몇을 제외하고 예방주사로 전염병의 대유행을 잠재웠다. 예방접종과 치료제가 없었던 불과 백년도 안 된 과거에 전염병에 걸리면 자신의 면역력과 운에 맞길 뿐이었다.

코로나19의 예방접종이 곧 시작된다. 불확실한 부작용이 두려워 확실한 과학적 경험이 축적된 예방접종을 회피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아야한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부작용이 주작용을 넘어서는 약은 폐기된다. 지금까지 예방접종을 시작한 국가의 선례를 보면 극히 드문 초급성 거부반응을 제외한 특이한 부작용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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