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18회) 한국경제의 길, 경제원로에게 듣는다

by 사무처 posted Jan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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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풀되, 무차별 복지 안돼… ‘빚투’ 등 버블신호도 경계" [한국경제의 길, 경제원로에게 듣는다]

규제 혁파해 기업 경쟁문화 싹틔워야
부동산 가격은 정부가 건드리면 안돼
규제 3법 등 기업 옥죄는 법안에 우려
유동성 급격한 긴축땐 시장에 큰 충격
과열된 자산시장 족집게식 대책 필요
지금이라도 부동산 공급 확대 나서야
내년 성장률 3%대보단 2%대 머물 듯
디지털뉴딜 경쟁력은 민간기업에 있어

 

"재정 풀되, 무차별 복지 안돼… ‘빚투’ 등 버블신호도 경계" [한국경제의 길, 경제원로에게 듣는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방역 성패와 세계 수출시장 회복 여부에 따라 3%를 밑돌 가능성이 제기됐다. 파이낸셜뉴스가 국내 전 고위급 경제관료들을 대상으로 준비한 올해 한국 경제 진단 관련 지상좌담회에서 이 같은 전망이 나왔다. 이번 지상좌담회에는 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전 감사원장),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전 재경부 차관),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금융위원회 초대 위원장) 등이 응했다. 이들은 부동산시장 과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과도한 가격통제를 지양하는 대신 공급조절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버블 문제 관련 정부가 선제적인 시장 리스크 시그널을 보내는 동시에 자산시장별 맞춤형 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한국 경제가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지난 1년 경제성적을 평가한다면.

▲유일호 전 부총리=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고생을 많이 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재정적자다.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면 재정을 적극 사용해야 한다. 필연적이지만 예산 적자폭이 갈수록 늘고 있어 국가 채무 전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권태신 원장=방역 당국의 적극적 조치와 전 국민적 협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등이 어우러져 지금까지 주요국 중 경제지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다만 최근 우리나라의 빚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우려스럽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외국에 비해 낮아 괜찮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더욱 걱정이다. 전례없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기업규제 3법, 노조법,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법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다수 통과됐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아 우리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아 우려스럽다.

▲전윤철 전 부총리=한국 경제가 시장경제 원칙을 명확하게 추구해왔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다만 경제성장이 몇 %냐를 떠나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먼저 키워야 한다. 정부가 규제를 혁파하고 경쟁문화를 싹트도록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백신 확보 등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도 빨리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전광우 이사장=우리나라가 -1%대 성장을 기록했다. 전 세계 -4% 성장률 대비 선방한 것은 맞다. 재정의 역할, 한국은행의 확장금융정책, 유동성 공급이 있기에 가능했다. 더해서 주력 핵심기업들이 선전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한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19 충격 와중에도 잘나간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온 점이 국가 전체로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이에 대한 평가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유일호 전 부총리=정부의 경제성장률이 KDI나 한국은행 등에 비해 높은데, 정부의 예측이라기보다는 '목표'로 보인다. 올해 -1%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만큼 내년 반등은 어느 정도 예상된다. 다만 방역 상황에 대해 유동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여서 세계 경제의 반등 속도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크게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윤철 전 부총리=L자 반등이다, V자 반등이다 이야기하는데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의존도가 너무 높은 상황이라 독자적인 경제정책이 효과를 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V자 성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불가능하다. 핵심은 기본을 쌓아가야 한다. 기업경쟁력, 개개인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여갈 것이냐이다.

▲권태신 원장=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설비투자 확대가 성장을 견인하겠으나 민간소비 회복세가 약하고 코로나 3차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내년 3.2%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치상으로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정부 재정에 의존한 결과로 민간부문의 경제 정상화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광우 이사장=우리 정부가 3.2%, OECD가 2.8%로 예상했지만 3차 재확산 전이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내년은 3%대보다는 2%대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이 늦어지는 것은 내년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물론 백신 개발은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확산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백신 개발과 접종 시기 등 어떻게 조정되느냐에 따라서 내년도 성장 페이스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

―유동성 과잉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자산시장에 대한 평가와 정책 방안이 있다면.

▲전윤철 전 부총리=재정은 민간부문이 위축돼 있을 때 풀어야 한다. 반면 민간이 활성화되면 재정은 긴축해야 한다. 그게 재정의 역할이다. 국가부채가 늘어났다는 측면에서 과열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OECD 국가 중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속한다. 다만 모든 사람들에게 30만~50만원씩 주는 정책은 반대한다. 무턱대고 쏟아내는 복지는 안된다. 노력한 사람에게 더 많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일호 전 부총리=자산시장 과열을 오직 유동성 탓으로 볼 순 없다. 다만 다른 조건이 동일한데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 자산시장에 수요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유동성을 줄여 자산시장 과열을 잡기보다는 버블화된 자산시장에 대한 족집게식 대책이 더욱 필요하다.

▲전광우 이사장=금융위기, 유동성 버블 등은 터지기 전까지 언제 터진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버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빚투 현상'이 그렇다. 실물경제 대비 주식시장 규모가 너무 커진 상태다. 버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서까지 주식시장에 몰리는 것도 정부와 정치권이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뜨거워진 만큼 리스크 관리 시그널을 정부나 한은에서 줘야 향후 생길 수 있는 시장충격을 완충시킬 수 있다.

▲권태신 원장=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유례없는 통화·재정정책의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증시 등 자산시장의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과잉유동성 조절을 위해 급격한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면 그로 인한 시장충격이 우려된다. 아울러 향후 막대한 유동성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긴축발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과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유일호 전 부총리=부동산 대책은 크게 수요 감소와 공급 확대 방안이 있다. 현 정부는 수요 억제책을 주로 사용했지만 효과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수요 증가에도 버블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은 공급 확대다. 지금이라도 공급 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윤철 전 부총리=국가가 관여해야 할 규제는 보건, 위생, 안전 3개뿐이다. 그러나 경제 문제는 수요공급이라는 대원칙이 작동한다. 부동산은 경제정책이다. 공급을 늘린다,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보건, 위생, 안전을 강화하는 것뿐이다. 가격은 절대 건드리면 안된다. 기업 운영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권태신 원장=시중의 과잉유동성이 장기투자, 소비, 고용 등 생산적인 분야로 가지 못하고 자산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순환 풍선효과가 발생해 전월세, 매매가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 규제를 반복하는 수요억제 정책을 멈추고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양질의 주택 공급 확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전광우 이사장=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값이 오르는 곳을 규제해서 잡겠다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장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 그래서 한쪽을 누르면 한쪽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시장을 조정하면 안된다. 공급을 조절하거나 교육시스템 등 수요 요인을 조정하는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현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대한 평가는.

▲전윤철 전 부총리=댐과 다리 건설 같은 뉴딜정책은 1년이면 성과가 보인다. 그러나 고도의 기술은 단기간에 성과가 안보인다. 이번 한국판 뉴딜은 고도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고도의 기술집약적 산업이 미래 먹거리라고 한다면 기본이 있어야 하고,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지 않을 정책이라는 걸 인식하고 기업들이 기본을 쌓아갈 수 있도록 고도의 경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유일호 전 부총리=한국판 뉴딜에서 내세우는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의 방향 자체는 좋다. 실제 환경과 디지털에 정부가 역량을 쏟아야 한다. 향후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목표 달성에 효과적일 수 있다.

▲권태신 원장=우리나라에선 제도가 산업 트렌드 및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러 부처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신기술·신사업의 출시가 제한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뉴딜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전광우 이사장=디지털뉴딜의 경우 경쟁력은 민간이 갖지 정부가 갖는 게 아니다. 민간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린뉴딜 에너지정책 역시 서로 조화롭게 가야 한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를 비현실적으로 들여오면 비용 면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원전의 위험성을 줄이고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와 엮어가면 좋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beruf@fnnews.com 이진혁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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