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은(31회) 인간만이 감정 행동 교정 능력 갖고 있다.

by 사무처 posted Nov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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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은의 의학 이야기] 인간만이 감정·행동 교정 능력 갖고 있다


 
뇌간·변연계 밖에 대뇌피질 쌓아 의식적 삶 가능해져
변연계로 인해 먹고 싸우는 파충류 모습 버리지 못해
한사람의 인격체…스스로 변화하고 행동으로 책임져야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어둠속 깊숙이 밤하늘을 뚫어 보면서 오랫동안 거기 서있었다. 침묵은 깨어지지 않고 정적은 아무런 계시도 보여주지 않았다. 어둠속에 명멸하는 수많은 별들을 보고 저들은 어디에 있으며 나는 또 어디서 왔는지 질문을 던지다 발길을 돌린다. 이 말이 실감나지 않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 중에 산소, 수소, 탄소, 인, 황, 질소는 생명체를 이루는데 필수적인 원소이다. 이들 원소는 태양계가 아직 분자구름 상태에 있을 때 수 없이 사멸한 초신성들로부터 얻은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와 생명체는 고향이 같다. 지구는 원자 주기율표의 원소로 구성 됐고 인위적으로 합성한 몇몇 원소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그때 얻어온 것이다.

밤하늘의 수많은 은하와 성운과 별들이 빛으로 서로의 위치를 주고받는 것처럼 우리 몸에는 쉼 없이 전기화학 신호를 교환하는 기관이 있다. 생존에 필요한 정보의 전부를 유전자에 저장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양이 증가하자 진화를 거듭한 우리는 두뇌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부터 대략 1만년 쯤 전에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의 양이 새로 만든 두뇌에 쉽게 저장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그 이후로 우리의 신체 밖에다 지식을 보관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오늘날에는 뇌의 용량보다 더 큰 외장 메모리에 우리의 지식과 기억을 기록해 둔다.

 

우리는 생명현상을 관장하는 뇌간 위에 파충류의 뇌에 해당하는 변연계를 만들었고, 기억하고 판단해야할 일이 늘어나자 변연계 밖으로 대뇌피질을 차례대로 쌓았다. 도시가 성장하듯이 구도심에 더 이상의 인구를 수용하지 못해 신도시를 건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구도심을 관장했던 변연계와 신도시의 현대 시설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그래서 아직 파충류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먹고, 싸우고, 도망치고, 생식에 집중하는 습성을 아직 즐겨한다.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성향도 변연계에서 왔다.

대뇌피질의 고차원적 기능 중에서 읽기, 쓰기, 말하기 등은 특정 부위에 보관되어 있다. 반면에 기억은 대뇌피질 여기저기에 중복으로 기록되었다. 인간으로 하여금 의식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 대뇌피질이다. 뇌의 언어는 유전자 DNA의 언어와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뉴런이라 불리는 세포 속에 암호로 기록되어 있다. 굵기가 수백분의 1㎜인 뉴런은 미세한 전기화학적 회로의 스위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뉴런이 우리 몸에 약 1000억개 있다. 우리 은하의 은하수에 대략 이 정도의 별이 존재한다. 이들은 수천 개의 뉴런과 서로 연결되어 10의14승 가량의 연결고리를 갖는다. 온 우주의 양성자의 개수가 10의 80승으로 계산되니 연결고리의 치밀함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뇌는 잠자는 동안에도 쉬지 않는다. 꿈과 기억, 추리의 기재를 통해 낮 동안 얽히고설킨 문제를 쉬지 않고 정리하고 저장한다. 무엇이 의식작용을 가능하게 하는지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단지 뉴런들을 무수히 연결해 놓음으로서 격조 높은 기능이 가능해지다니 믿기 어려운 자연의 조화이다.

대뇌피질의 우측 반구는 패턴의 인식, 직관과 감수성의 발동, 창조적 통찰들을 주로 관장한다. 왼쪽 반구는 이성적 분석, 비판적 사고를 담당한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뇌는 대뇌피질의 격조 높은 차원만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성, 생식, 공포감, 식욕을 관장하는 악어의 뇌인 변연계에 지배당할 때가 많다. 한사람의 인격체로서 누구를 아끼며 무엇을 알아야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행동으로 책임져야하지 파충류 수준의 두뇌가 명령하는 대로 살아야할 필요는 없다. 사람만이 자신 스스로 변화하여 감정과 행동을 교정하는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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