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추위가 시작되면서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6일째 100명대 세 자릿수를 기록했고 13일(0시 기준)에는 무려 191명에 달해 70일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연말 대유행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감염원을 추적해 격리하는 '억제' 속도보다 '확산' 속도가 빨라져 조만간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는 느낌이다.
 
현재 지구촌에서는 북반구가 호흡기 감염병에 취약한 겨울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확산세가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 하루에 66만명 이상이 확진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확진자는 이미 5천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30만명에 달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연일 새로운 기록을 쏟아내며 그야말로 초토화 직전 단계다. 한국은 아직까지 하루 확진자가 미국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가 하나로 얽혀 있어 지금의 국내 입국방역 조치로 2차 팬데믹을 피해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피로감이 누적돼 방역 긴장감이 떨어지고 일상 감염의 고리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모임과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는 연말 연시가 다가오고 있어 더욱 그렇다. 최근의 집단발병 흐름을 보면 특정 시설과 활동보다는 지하철역, 학교, 직장, 지인·가족모임 등 일상 전반으로 감염 전파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비교적 잠잠했던 20~30대 젊은 층의 확진 비율이 4개월 만에 30% 이상으로 재상승하면서 감염 확산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이동반경이 넓은 젊은 층의 확진 비율 증가는 치명률이 높은 고연령 층으로 전파되고 전국적인 확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 치료 병상을 추가 확보해 현재의 갑절 수준인 하루 25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도 중환자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거리두기 1.5단계로의 격상을 경고하면서 방역 긴장감 유지를 다그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주 일평균 확진자가 수도권 100명, 충청·호남·경북·경남 지역은 30명, 강원과 제주 10명 이상이 되면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 충남 천안과 아산, 강원 원주, 전남 순천 지역은 이미 거리두기 1.5단계를 시행 중이다. 특히 14일에는 2015년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후 1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하다 사망한 고(故) 백남기씨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 13개 지역에서 총 10만여명이 참여하는 민중대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초 비상 상태다.
 
마침 오늘(13일)부터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노래방, 대형학원 등 다중이 모이는 곳을 출입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교회나 PC방 등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적으로 1단계로 완화됐지만 확진자가 많은 수도권의 경엔 거리두기 2단계에 상응하는 일부 조치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턱에 걸치는 '턱스크'나, 망사형 마스크를 착용해서도 안 된다. 이를 어기다 적발되면 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다만, 만 14세 미만이거나 주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마스크를 쓰거나 벗는 게 어려운 사람, 마스크를 썼을 때 호흡이 어려운 사람등은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지금은 여러모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상황이다. 전문가 상당수가 겨울철 2차 유행을 기정사실처럼 예고하고 있다. 확진자 증가 추세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거리두기가 격상돼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르게 된다. 경제는 물론이고 연말·연초 일상이 모두 무너질 수 있다.
 
이젠 국민 개개인이 다시 마음을 다잡을 때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감염 경로 파악에 어려움이 없도록 출입자 명단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방역 당국도 잠깐의 방심이 엄청난 국가적,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작은 불씨 하나라도 소홀히 넘기지 말아야 하겠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