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 모빌리티
코로나19로 대중교통 이용 감소
킥보드가 대체 이동수단 떠올라
현대차·BMW 등 완성차 업체들
킥보드 생산·공유 서비스 나서
오토페드는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가격이 비쌌다. 자동차인 포드 ‘모델-T’가 345달러인데 오토페드가 100달러였다. 서서 타는 것이어서 안락하지 않았고, 시속 30㎞를 넘으면 주행이 불안했다. 그랬던 킥보드가 110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공유경제 바람을 타고, 동력원을 석유에서 배터리로 교체하고서는 110년 전 풍물을 담은 흑백 사진에서 뛰쳐나왔다.
‘버드(Bird)’와 ‘라임(Lime)’이라는 업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최초로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를 시작했다. 논란은 있다. 편리하긴 하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다. 달리다 넘어져 라이더만 다치는 게 아니다. 사람을 치어 사망케 하는 교통사고도 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팽개치듯 주차하고 가는 것 때문에 “볼썽사납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우버(승차 공유)나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초기와 비슷한 가치 충돌이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는 ‘킥고잉’ ‘씽씽’ 같은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가 있다. 벌써 서울에서만 1만7000여 대가 돌아다닌다. 출퇴근 시간에 사용이 피크를 찍지만, 일과 시간 이용량도 피크와 차이가 크지 않다. 1회 이동 거리는 1.2~1.6㎞ 수준이다. 택시나 자가용의 단거리 이동 수요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씽씽 달리던 킥보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암초를 만났다. 미국과 유럽 곳곳이 한때 집에서 꼼짝 않는 ‘락다운’에 들어갔다. 전반적인 이동 자체가 숨을 죽였다. 킥보드 손잡이를 통한 감염 우려 가능성도 제기됐다.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 분야의 글로벌 대표 기업인 라임과 버드가 직원의 70%를 해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최근 우버는 공유 전동 킥보드 최대 기업인 라임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스웨덴의 보이테크놀로지스와 싱가포르의 뉴런모빌리티·빔, 뉴욕의 헬비즈 등 공유 킥보드 업체들은 지난 5~7월에 성공적으로 투자유치를 마쳤다. 완성차 회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독일 벤츠와 BMW는 전동 킥보드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트(Zet)’란 이름으로 공유 전동 킥보드 사업을 시작했다.
바야흐로 ‘두 바퀴의 시대’다. 공유 전동 킥보드는 곧 자전거를 넘어설지도 모르겠다. 영국과 미국 뉴욕에서는 대중교통과 연계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를 넘어, 대중교통을 대치하는 이동수단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름이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에서 ‘퍼스널 모빌리티’로 바뀌는 이유다.
한국도 킥보드 규제 완화
국내 정책·법안 당국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20대 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20일, 전동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속 25㎞ 이하로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주행이 가능하게 됐다. 오는 11월 하순부터는 면허가 없어도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두 바퀴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전용도로부터 그렇다. 길이를 늘이겠다지만, 늘어나는 두 바퀴 교통량을 수용할 도로 폭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다. 미국과 유럽은 두 바퀴 전용도로의 폭을 넓히고 있다. 버스 전용차선처럼 퍼스널 모빌리티 전용차선을 지정한 도시도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