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재확산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7개월 만에 방역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방역이 거의 한계상황에 도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임박했다는 느낌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14일 이후 2주간이나 세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가장 최근인 27일(0시 기준)에는 확진자가 441명으로 5개월 19일만에 400명대로 올라섰다.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칭송을 받아온 한국에서 이처럼 확진자가 대거 속출하자 세계 언론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주요 외신은 한국이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봉쇄 직전"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현재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다. 방역을 우선시 하면 경기 침체를 불러오고 경기 활성화에 신경을 쓰면 방역에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반드시 함께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 정부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정부는 3단계 거리두기를 시행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커 현재 실시하고 있는 2단계 거리두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떻게든 확산을 막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이달 30일로 종료되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1주일 동안 유지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400명을 넘으면서 병상부족이 현실화하는 등 한계상황에 봉착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음식점이나 카페 등의 방역조치를 3단계는 아니지만 기존의 2단계보다 강화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거리두기를 강화하면 이에 걸맞게 이동량 감소가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3일부터 2단계로 거리두기를 격상했는데도 수도권의 경우 감소량이 채 20%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이동량 감소로는 코로나19의 전파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지금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고 인구밀집지역인 서울 등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고위험군인 고령층의 확진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또한 5월 이후에는 전파력이 6배가량 높은 GH와 GR형 바이러스가 주로 검출되고 있어 방역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의료체계상 신규 확진자가 100명이나 50명 이하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관리가 가능하나 지금처럼 확진자가 급증하면 병상부족 등으로 감당하기가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의료계의 파업까지 겹쳐 의료진의 중환자 관리 역량마저 고갈되고 있다.
 
특히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노골적으로 국가의 방역 체계에 도전, 방역을 방해하거나 협조를 거부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한데다 감염 경로를 알수 없는 깜깜이 환자가 30%에 달한다. 더구나 추석 명절이 약 한 달 뒤로 다가와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막대한 경제적인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3단계가 시행되면 10명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고 등교 수업과 스포츠 경기 등이 중단된다. PC방 등 12개 고위험 시설뿐만 아니라 카페·목욕탕·예식장 등 중위험 다중시설도 문을 닫아야 한다. 음식점이나 필수산업시설도 밤 9시까지만 운영된다. 사실상 모든 일상활동이 정지된다. 그 결과 소상공인들은 폐업 위기에 몰리고 일자리가 무너져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KB증권은 수도권에서 3단계 조치가 시행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0.4%p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확산세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단계 격상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3단계 보다 약간 낮은 2.5단계를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계가 격상되면 2차 재난지원금 지원과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도 이미 1차 지원금의 단맛을 본 탓인지 대다수가 2차 지원금 지급에 찬성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6%가 지원금 지급에 찬성했다. 전 국민 지급 찬성은 40.5%, 선별 지급은 36.1%로 팽팽했다.
 
하지만 1차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지원금 전액을 빚을 내 지급할 수밖에 없는 점이 문제다. 지급 후 또다시 사태가 악화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도 예삿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의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