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25회) 미래사회 패러다임 바꿀 전환점

by 사무처 posted Jun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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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및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좌교수

대담 = 이선우 충청투데이 대전본사 편집국장

코로나로 사람간 관계인식 변화
비대면 비지니스 활성화로 연결
온라인 화상강의 등 자연스러워져
의료기기 시장 확보 역량 있지만
의료방식 가내수공업 수준 그쳐
의사 지식 기계에 접목해 팔아야
4차산업시대 빈부격차 심화예상
정부의 사회안전망 구축이 중요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사회가 당장 1년 후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루만 자고 일어나도 달라져 있는 트렌드와 기술들, 언제 어떻게 변종될지 모르는 감염병까지. 바야흐로 우리는 혼돈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미래학자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30년을 전망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Q. 4차산업, 코로나19 등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 속 미래사회를 전망해 달라.

“나무들은 나이테가 있다. 어느 해에 홍수가 났고, 가뭄이 들었는지 그 역사를 몸체에 나이테로써 기록한다. 인간도 뇌에 특정 시기의 기억을 기록하는데 다수에게 충격적 기억이 입혀지면 대중에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최근 전 세계 사람들이 코로나19(이하 코로나)를 경험하며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큰 행동 변화가 사람간의 관계 인식이다. 그간 사람은 많이 만날수록 좋다는 인식이 내제 돼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가까울수록 좋고, 인생에 있어 사람을 많이 사겨야 좋은 것처럼 우리 시대는 그동안 네트워크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미래 사회는 정 반대의 삶을 지향할 수도 있게 된 것. 이러한 인식 변화로 파생되는 행동 양식의 변화는 결국 비대면 비즈니스 활성화로 이어지게 된다.

기술 발달에 따른 4차산업시대를 맞이해 이미 이 방향으로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지만 적응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심리적 저항을 더욱 쉽게 극복할 수 있게 됐다. 회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 돼 왔는데 이제는 온라인 화상 회의, 전화 회의 등이 서서히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원격교육 차원에서의 사이버 강의도 같은 의미다. 특히 원격의료가 우리 삶에 한층 가깝게 다가오게 됐다. 우리는 원격의료를 그간 경험해 보질 않았기 때문에 기술은 도입됐어도 적응이 쉽지 않았다. 코로나를 계기로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인간의 많은 심리적 장애물들을 건너뛰게 했고, 미래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Q. 대한민국이 주력해야 할 미래 신산업은 무엇인가.

“국내 6대산업으로 △자동차 △조선 △반도체 △전자 △석유화학 △제철이 꼽힌다. 이 대표 산업을 갖고 그동안 5000만 국민이 일해서 GDP 1조 5000억달러, 수출 1인당 3만달러를 유지했는데 이제 미래 사회는 이것만으로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뜨지 않으면 수출 3만달러 유지는 어렵다. 대한민국이 잘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좋은 기회가 바로 의료산업이다. 의료산업에는 황금알을 낳는 ‘제약 파트’가 있다. 전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무려 1조원 달러나 된다. 하지만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고 투자도 어려운 분야다.

우리가 뛰어들어야 할 의료산업 파트는 바로 ‘의료기기’다. 병원에 가면 사용하는 많은 첨단 장비들은 대부분 독일, 일본 등 외국산이다. 우리나라도 기계, 전자장비 얼마든지 의료기기 시장을 확보할 역량이 있다.

다만 국내 의료방식이 아직 가내 수공업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 의료 수준이 아무리 올라가도 국가 산업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가 있어도 이 의사가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정해져 있다.

국민 전체를 먹여 살리려면 한 사람의 지식이 복제돼 대량 생산화 돼야 한다. 지금처럼의 가내 수공업 수준은 내 가족, 내 주위 밖에는 먹여 살릴 수 없다.

건양대 병원이 몇 년 전 암 진료에 AI 왓슨을 도입했듯 의사들의 머릿속 지식을 기계에 접목해 전 세계로 팔아야만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의료기기 시장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요한 부분이 ‘홍보’다. 어떤 특정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제품을 시장에 갖고 나가려는 노력은 더 어렵고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K-키트, K-방역이 전 세계에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며 바이오 산업의 입지가 더욱 굳건해 졌다. 대한민국의 의료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중요한 시기다.”

Q. 30년 후 대한민국이 집중해야 할 것
 
“‘포용’과 ‘성장’을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OECD 국가들 중 상위권을 차지한다. 빈부격차가 크다는 것은 결국 사회가 부담해야 할 인구가 많다는 의미다. 사회 부담인구가 많으면 사회적 불안감이 높게 조성된다. 미국 또한 빈부격차가 심한데 평소에는 세계 1위 선진국이고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도 불과 정전만 생겨도 폭동이 일어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사회적 갈등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차산업혁명시대에서 국내 빈부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제도로써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게 ‘분배’를 해줘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부분이 바로 ‘사회 안전망’ 구축이다.

국민에게 실패해도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용기를 갖고 도전을 하는데 지금은 도전 자체를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사회의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안하고 사회적 안전망이 약하다는 뜻이다.

다만 포용만 하면 안 된다. 포용도 재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인데, 재원은 결국 성장에서 온다. 현재 정부는 포용 쪽에 약간 치우친 경향이 있고, 재원 방안 마련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이다. 세금만 걷는다고 해서 재원이 마련되는 것이 아니며 증세는 오히려 투자를 하지 않게 돼 사회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결국 혁신을 통한 성장이 재원 마련의 궁극적인 목표다. 기존의 것을 바꾸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나와 줘야 한다. 남들이 도전하지 않는 것을 도전하는 회사에서 새로운 상품을 전 세계에 팔면 주변 이웃을 포용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된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30년 후는 지금보다는 나아지게 될 것”

Q. 초연결·초지능의 가속화된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대덕특구형 성공모델을 제시해 달라.

“어느 나라를 가도 이곳처럼 벤처단지로서 필요한 요소를 갖춘 곳도 드물다. 기술, 인적자원 교통수단 모두 갖췄다. 그럼에도 대덕특구가 실리콘밸리처럼 되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문화적 결핍이다. KAIST 한 해 졸업생만 3000여명정도 된다. 하지만 졸업 후 황금기를 대전에서 보내는 청년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

미국 보스턴에는 보스턴대학, 버클리대학 등 수많은 졸업생들이 대학을 보고 그 지역에 오게 됐다가, 와서 살아보니까 지역이 마음에 들어 정주하는 청년들이 많다.

대덕특구 역시 전국의 우수인력을 떠나지 않게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를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대덕특구 활성화를 논할 때면 대부분 창업 인프라 지원, 우수 기술 지원 등 고상한 이야기만 한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가치는 문화, 즉 재밌어야 한다는 점이다. 삶은 생각보다 사소한데서 결정된다. 대덕특구, 그리고 대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노잼도시가 아닌 유잼도시의 기반을 갖춰야 한다.”

Q. 앞으로 나아가야 할 올바른 국가 과학기술정책 방향은?

“현재 국가 과학기술 연구예산은 규모에 비하면 많고 연구평가 시스템도 비교적 우수하다. 그러나 양념이 빠져있다. 바로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점.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한 연구결과 데이터를 보면 95%가량은 성공한 것으로 나온다. 연구개발비로 우리나라가 매년 20조원 남짓을 사용하는데 이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한 연구결과가 1년만 지나면 대부분 성공한다. 그런데 결국 정작 국민을 먹여 살릴 연구는 안 나온다. 실패는 허용이 안 되는 우리 사회를 반증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연구자들의 인식 자체가 소극성을 띄게 되고 안정적인 것만을 추구하게 되며 실패 확률이 높고 위험한 연구는 하지 않으려고 하게 된다.

혁신적인 연구를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고 오랜 기간 공을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야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그게 국가 경쟁력으로도 이어져 국민의 삶의 질에 기여할 텐데 지금은 너무 단기 성과에만 치중돼 있고 안정적인 연구 뿐 이다.

앞으로는 이 인식 자체를 바꾸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연구비 자체도 성공가능성이 높은 연구는 제외시키는 등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정리=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약력
‘KAIST 벤처 창업의 대부’, ‘대한민국 미래학 연구의 선구자’, ‘TV를 거꾸로 놓고 보는 괴짜 교수’ 등 수 많은 수식어를 안고 있는 그는 1990년대 전산학과 교수 시절 김정주(넥슨), 신승우(네오위즈) 등 한국의 1세대 벤처창업가들을 배출하며 ‘스타 벤처의 요람’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1년 ‘바이오와 정보통신의 융합’을 주장하며 KAIST에 바이오 및 뇌 공학과를 설립했다. 이후 카이스트 국제협력처장, 교무처장을 역임하며 2009년 지식재산대학원과 과학저널리즘대학원 설립을 주도했고, 2013년 국내 최초의 미래학 연구기관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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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충청투데이(http://www.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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