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예절 ↑ 다름 - 어느 나무 하나, 어느 눈꽃 하나 같은 것이 없어 아름답다.(태백산)
예(禮)에는 신(神)을 뜻하는 시(示)가 들어있습니다. 예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글자는 풍(豊)자입니다. 풍은 풍년 혹은 곡식을 넘치게 담은 그릇을 뜻합니다. 시(示) + 풍(豊)이라는 글자의 유래에서 보면 예란 높고 높은 곳에 존재하는 신에게 드리는 제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祭)의 의식은 드리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종교의 신일 때 다르고, 자연물일 때 다르며, 조상일 때 다릅니다.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시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예의 매뉴얼이 없는 이유는 예의 본질 역시 '다름'이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인간 간의 예는 신에게 드리는 제(祭)보다 더욱 복잡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복잡한 것이 식탁 예절입니다. 그 중에서도 와인 예절은 TV 드라마에서 본 것이 전부입니다. 드라마에서 보니 따르는 사람은 한 손, 받는 사람은 두 손이고, 와인을 받은 사람은 와인 잔을 마구마구 돌리더군요. 마실 때는 살짝 냄새를 맡고는 입을 벌려 공기와 함께 마십니다.
알고 보니 그건 와인 예절이 아니랍니다. 와인의 본고장 사람들은 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마시더군요. 와인 잔을 받쳐 두 손으로 받지도 않고, 와인 잔을 흔들지도 않고, 와인을 소리내어 호르르륵 마시지도 않더라구요. 우리가 TV에서 본 장면은 와인테스팅할 때나 하는 모습이랍니다. 물어보았더니 와인 예절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더군요. 역시 예의 본질은 무조건 '따름'이 아니라 '다름'을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되 다름을 제대로 알고 따라야 진정한 예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