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과 개도국 이슈
구 자 문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곳은 경북 동해안에 위치한 개교 20년이 채 안된 신생 대학으로서, 미국의 엠허스트, 포모나, 하비머드 등의 ‘리버럴아츠칼리지’들 처럼 학부중심의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14년의 외국생활 끝에 귀국하게 된 것도, 출생 후 처음 와보았던 이 지역에서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이 학교 덕분이라고 감사하고 있다.
그 동안 어린 학부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졸업시켰는데, 이제 1-2회 졸업생들이 40이 가까운 중년층에 접어들고 있다. 요즈음은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기에 직장을 잡지 못하는 졸업생들을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지만, 국내외에서 열심히 능력을 발휘하는 제자들을 보며 대견해 할 때도 많다.
이 학교가 글로벌화를 강조하기도 하지만, 많은 졸업생들이 해외로 나갔다. 또한 꽤 많은 외국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한다. 필자가 직접 가르쳤던 제자들 중에는 베트남에서 대단위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포항출신 학생도 있고, 몽골, 미얀마, 네팔 등으로 되돌아가 고위직 공무원이 되어 있는 외국인들도 있다.
요즈음은 이 학교에서도 석사과정을 개설해서 국내외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는데, 아직은 학생 수가 작은 일반대학원과 학생 수가 좀 더 많은 미국식 국제법률대학원, 국제개발대학원, 경영대학원 등이 있다. 이중 필자가 관계되는 곳은 일반대학원과 국제개발대학원이다.
일반대학원은 필자의 경우 1년에 1-2명의 내외국인 학생들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제개발대학원의 경우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입학하는 아프리카 등 외국학생들과 한국학생들 4-5명 이상의 논문지도를 맡고 있다.
한동안 학부중심의 교육에 매진하다가, 갑자기 대학원생들의 논문을 지도하다 보니 좀 바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분야가 또 다른 주관심분야라고 할 수 있는 필자로서는 또 다른 보람이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지난 10여년간 교내에 ‘새마을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여러 차례 외국인들을 위한 아카데미를 열었었다. 또한 학부생들을 데리고 몽골, 베트남, 네팔 등지를 다니며 경제개발 및 도시환경분야에 대한 현장조사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때에 따라서는 지역의 중소 기업인들도 함께 동행하면서 투자여건을 함께 점검하기도 했었다.
이들 나라 정부에서는 한국을 발전의 롤 모델로 심고 있기도 하고,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이자 철강산업 도시인 포항을 매우 부러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관찰해 볼 수 있었던 필자로서는, 다른 나라들에게 한국은 참 기적과 같은 나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갖는다. 지금 다양한 경제사회문제가 부각되어있는 듯 보이지만 우리 한국은 그래도 잘사는 축복받은 나라라고 생각된다.
태평양의 한 섬나라 학생과 논문주제로 토론을 지속하는데, 이 나라는 인구도 몇 백만, 영토도 경북도 크기 정도인데, 생산품목이 커피콩뿐이다. 이것도 미국회사가 값싸게 가져가 버린다. 다른 산업을 일으키거나 다른 농산품을 생산해서 부가가치를 올리기도 힘들게 되어있다.
한 아프리카 출신 학생과 토론을 하는데, 그 나라는 국토는 넓고 인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각 부족들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내란에 크게 시달렸으며, 지금도 ‘협동’이라는 개념자체가 없다고 했다.
한 남아시아 출신의 한 학생은, 자기 나라가 1960년대만 해도 한국을 도와줄 위치였으나, 지금은 바닥에 위치하며, 경제, 도시환경, 치안문제 등이 불안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그는 그들의 과거 통치자들의 비리를 지적하고 한국적인 리더십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한 북아시아의 학생은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 목축업의 쇠퇴, 사막화, 극심한 도시환경문제, 극심한 경제양극화를 지적하며, 한국의 발전됨을 부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이 멀고멀다며 낙심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 가운데 필자로서는 이들 나라는 물론이고 포항과 우리나라의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러한 지역대학의 활동을 통해서 우리 지역사회의 대내외적 역량이 함께 키워져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2014.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