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설렘과 두려움
↑ 코끼리, 코끼리 - 난생 처음 보는 장면에 어찌 마음 설렘이 없을까?(짐바브웨, 잠베지강)
행복의 실마리는 처음 보는 것에 대한 마음 설렘이라고 했더니, 그러면 불행의 실마리는 뭐냐고 물어보는 분이 있더군요. 불행의 실마리는 처음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떠날 때, 주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무섭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에볼라가 발생한 서아프리카와 제가 다녀온 동아프리카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서로 직항 비행기도 없는 나라들입니다. 에볼라 때문에 여행을 취소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었지요.
아프리카 여행의 필수는 황열병 예방주사였습니다. 사람들은 예방주사를 맞고 가끔 후유증이 있기에 두려워합니다. 저는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을 때부터 행복했습니다. 그건 예방주사가 아니라 아프리카 입국증이었기 때문이었지요.
인천 공항에서 3시간 50분을 날아 홍콩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갈아탔습니다. 홍콩에서 13시간 10분을 날아가니 남아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하더군요. 다시 1시간 45분을 날아 한낮에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사람들은 은근히 비즈니스 클라스에 탄 사람들을 부러워했습니다. 이코노믹도 제게는 비즈니스나 다름 없었습니다. 날씬한 덕분에 자리에 앉아 양쪽에 주먹 하나씩 남으니 말입니다. 아프리카에 도착하니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하늘이었습니다.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잠베지강으로 나갔습니다. 평평한 배를 타고 두어 시간 아프리카식 선상 크루즈를 즐겼습니다.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주위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지요.
운 좋으면 야생 동물을 구경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강둑에는 여기 저기서 악어가 낮잠을 자고, 가젤들이 뛰어다녔습니다. 하마들이 강가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었고, 되새김질 하는 들소 무리도 보였습니다. 난생 처음 강을 건너가는 코끼리 떼를 만났습니다. 환호하며 아프리카의 첫날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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