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몽의 활
↑ 표적 - 국궁의 과녁은 어디를 맞춰도 명중으로 간주한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활은 사냥과 전쟁에 없어서는 안 될 무기였습니다. 그러나 윌리엄 텔의 활과 주몽의 활은 모양도 다르고 쏘는 방법도 다릅니다. 요즘 말로 하면 윌리엄 텔의 양궁은 눈 앞에 보이는 과녁을 맞추는 직사포이고, 주몽의 국궁은 멀리 있는 과녁을 맞추기 위한 곡사포입니다.
스포츠로서 활의 과녁을 보면 쉽게 이해를 할 것입니다. 양궁의 표적은 90미터 거리에 있고, 국궁의 표적은 145미터에 있습니다. 양궁은 표적의 위치에 따라 점수가 달라집니다만 국궁은 표적을 맞히기만 하면 명중으로 간주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양궁에는 조준기가 있으나 국궁은 짐작으로 쏩니다.
노자는 천지도(天之道) 기유장궁여(其猶張弓與)라고 했으니(도덕경 77장) 천지의 도를 행하는 것이 마치 국궁을 쏘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고자억지(高者抑之)라고 했으니 너무 높이 겨냥을 하면 낮추게 하고, 하자거지(下者擧之)라고 했으니 너무 낮게 겨냥하면 높게 하라고 했습니다. 또한 유여자손지(有餘者損之), 즉 활시위를 너무 많이 당기면 줄이게 하고, 부족자보지(不足者補之), 즉 너무 적게 당기면 더 당기게 하라는 말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란 활쏘기와 같아서 넘치는 것을 덜어다가 모자라는 곳에 채워주는 일입니다. 제가 정치가는 아니지만 제게 행복이 넘치니 모자라시는 분은 언제라도 묻지 마시고 그냥 퍼가세요. 제 삶의 과녁은 멀리 있긴 하지만 국궁처럼 맞추기만 하면 명중으로 치는 과녁입니다. 제 과녁도 함께 가져가시면 쓸모가 있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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