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스프링스의 종려나무
구 자 문
로스앤젤레스에서 서쪽으로 2시간 반을 운전해서 팜 스프링스로 향했다. 이곳은 온천과 골프장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요즈음은 카지노와 명품아웃렛들이 생겨나고 있다.
2시간 가까이 운전해 가자 멀리 벌거숭이산들이 보이고 주변은 엉겅퀴들이 자라나는 모래지대이다. 이곳은 낮 기온이 화씨 120도에 이른다. 가끔 건물들과 조경수들이 보이지만 모두가 스프링클러로 유지되는 것이리라.
팜 스프링스는 해발보다 낮은 지대라더니 후리웨이가 완만해 보여도 1시간 내내 내리막길이다. 주변에 수 백개의 전력생산용 풍차들이 늘어서 있는 곳도 있고, 대규모 담수시설도 보인다.
최근 들어선 듯한 대규모 카지노 건물들도 보이는데, 그 앞에는 키 큰 종려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이 나무는 일반 야자나무와 생김새도 좀 다르지만 당도 높은 대추야자를 생산한다는 것이 큰 다른 점이다. 성경에서 이 종려나무는 승리와 늘 푸름을 상징한다는데, 한그루에 10,000달러씩이나 해서 고급호텔 혹은 카지노 앞에나 심어진다는 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원래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이 원산지인 이 종려나무는 100여년 전에 한 기독교 선교사가 씨를 가져다 이곳 팜 스프링스에 심었다는데, 기후가 비슷하여 잘 자란다는 것이다. 이곳에 보이는 것은 대부분 종려나무농장이고, 가끔은 조경용으로 팔릴 값싼 일반 야자나무농장도 있다. 한두 군데 대규모 포도농장도 있었다.
오늘 이곳에 온 것은 종려나무농장을 보기 위해서이다. 동행한 70대 후반의 은퇴목사님께서는 식물, 특히 약용식물의 전문가이기도 한데, 필자에게 수없이 종려나무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계신다.
목사님의 설명에 의하면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많은 야자나무 가로수들이 있지만, 대추야자가 열리는 종려나무는 윌셔거리의 벌몬트에서 노르만디 구간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기온이 낮아 열매를 맺을 수는 없다고 한다. 야자나무는 종류가 수 백가지에 이를 정도로 많은데, 종려나무는 다른 야자나무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잎이 바늘같이 날카롭고 간결하게 죽 죽 뻗어있다.
사막기후인 팜 스프링스의 그 넓은 사막에는 병정들의 관병식같이 열을 맞추어 키워낸 종려나무숲이 연이어 있다. 어떤 나무들은 노란 열매들을 수 없이 맺고 있는데, 열매가 익기 시작하면 해충이나 조류로부터의 피해를 막기 위해 포대로 씌워 놓는다. 이곳 농장들의 규모는 수십 에이커 정도씩인 것 같은데, 종려나무를 심어 놓으면 5년 후면 수확이 가능하며, 매년 그루당 250파운드의 열매가 맺고, 그 열매는 1파운드당 5달러 정도에 팔린다고 한다.
한 휴게소 같은 멋진 외관의 상점에 들어서니 그곳은 대추야자 가공공장이자 판매처였다. 우선 한쪽에 마련된 비디오 관람장소에서 그곳 종려나무농장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판매처에는 대추야자들이 박스로 포장되어 팔리고 있었는데, 10개 정도 들은 것이 6-7달러, 좀 큰 박스들은 40불 이상 할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
시식코너가 있어 대추야자 조각들을 맛볼 수 있었는데, 노란 것, 검은 것 등 5종류는 되는 것 같다. 한국의 곶감보다 당도가 2-3배는 되어 보일 정도로 달다. 싹을 틔워보기 위해 가공되지 않은 열매를 좀 구하려 했는데, 그곳 사람들은 종려나무 곁가지를 쳐서 땅에 꽂아 놓으면 성체로 자라나니 씨로 심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팜 스프링스 휴양지를 오른쪽에 두고 계속 운전해가자, 호수가 보인다. 멀리 지평선이 보일 정도의 넓은 호수인데, 열대의 사막지대라서 주변에는 요트하우스가 하나 있을 뿐 모래와 푸른 호숫물 뿐이다.
물맛은 매우 짜다. 이 은퇴 목사님은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낚시질을 했다고 하는데, 조기 같이 생긴 생선이 매우 많이 잡히고 맛도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무슨 까닭인지 물고기들이 죽어서 떠 밀려 온다고 했다.
팜 스프링스는 열사의 사막과 소금기 진한 사해가 있는 시나이반도를 떠오르게 한다. 그 선교사도 그러한 생각 속에 이곳에 종려나무를 심지 않았을까?
2014년 7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