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부지상(知不知上)
↑ 산수국 - 넓은 꽃잎은 가짜 꽃이지만 볼품 없는 진짜 꽃을 위해 벌 나비를 끌어들인다.
제가 살고 있는 당고개 마을에는 예전에 호랑이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돌을 들고 고개를 넘었다더군요. 그 돌들을 쌓아두었던 당집이 있었던 자리에 작은 정자와 당고개비가 서 있습니다.
어느날 당고개를 넘어가던 조 선달이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조 선달은 겁이 났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호랑이게게 말했습니다. 난 아는 게 너무 많아서 내 고기는 맛이 없어. 그냥 보내주는 게 좋을 거야. 어흥~ 얼마나 많이 아는지 나하고 내기를 해서 이기면 살려주겠다. 무슨 내기? 어흥~ 내가 너를 잡아먹을 지 안 잡아먹을 지 알아맞춰봐. 맞추면 살려주겠다. 그야 간단하지. 틀림없이 너는 나를 잡아먹을 거야. 어흥~ 틀렸어. 나는 너를 안 잡아 먹을 테다. 그러니까 네 답이 틀렸지? 알았어. 네가 나를 안 잡아 먹는다고 했으니까 난 그냥 고개를 넘어가도 되겠지? 어흥~ 내가 너를 안 잡아 먹는다고 했으니까 그냥 간다? 맞아. 그냥 가라. 호랑이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복잡한 패러독스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잡아먹겠다고 하면 조 선달이 답을 맞췄으니까 살려보내야 하고, 안 잡아먹겠다고 하면 안 잡아먹겠다 했으니 살려보내야하고... 조 선달을 살려 보내준 호랑이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어흥~ 아는 게 많은 놈 고기는 맛이 없다잖아. 역시 아는 게 많은 놈을 만나면 재수가 없어. 그냥 보내길 잘했어.
노자는 지부지상 부지지병(知不知上 不知知病)이라고 했습니다.(도덕경 71장) 아는 것을 모르는 체 하는 것이야말로 상책이라는군요. 모르는 것을 아는 체 하는 것이야말로 큰 병이고요.
소크라테스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나는 내가 얼마나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죽임을 당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잘난 체 하지 않았더라면 사약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무슨 말인지, 당고개의 호랑이가 된 느낌이 드신다고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