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옥(懷玉)과 장옥(藏玉)
↑ 옥구슬 - 기다려지는... 대롱대롱 풀잎 마다 옥구슬...
느티나무집 점심은 값도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600년 묵었다는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쉬고 있는데 동네 할머니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말을 섞기 시작했습니다.
골푸장 때문에 우물물도 못 먹게 되었지 뭐여. 오다 보니 동네 사람들이 데모하고 있던데 골프장 때문인가요? 사람이 남 생각도 하며 살아야잖아? 그야 그렇지요. 인간은 죽은 담에도 남의 손을 빌려야 온전히 죽는 거여. 지가 묻힐 땅 파놓고 그 곁에서 죽어도 묻어줄 사람이 있어야 허잖어. 허다못해 화장을 해도 누군가 불속에 넣어 줘야 타는 거 아니여? 그렇네요. 그러니 서로서로 남 생각 해가며 살아야제. 그까짓 골푸가 뭐라고 남의 동네 다 망쳐놔. 나쁜 사람들...
노자는 성인피갈회옥(聖人被褐懷玉)하라고 했습니다.(도덕경 70장) 도를 깨우친 성인은 허름한 누더기 옷을 걸치고 가슴에 옥을 품고 산다고 했습니다. 느티나무 아래서 만난 촌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범상치 않은 말이 아무래도 그 가슴 속에 옥이 숨어있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말이지요, 요즘은 할복장옥(割腹藏玉)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배를 가르고 그 뱃속에 옥을 감추고 사는 사람들 말입니다. 죽을 때 빈손으로 가는 걸 뻔히 알면서도 뱃속에 보물을 감추다니... 회옥(懷玉)하는 사람들과 장옥(藏玉)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입니다. 그걸 구별할 줄 알게 되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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