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안되는 쓴소리
↑ 구절초 - 입도 없는 꽃에게서 천마디 말을 듣는다.
며칠 전, 현충일 아침 북한산을 올라갈 때였습니다. 10시 정각, 여기 저기 산 아래서 일제히 사이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아무 말 없이 산길 한 모퉁이에 서서 머리를 숙였습니다. 뒤 따리오던 젊은이들이 왁자지껄 무슨 소리냐며 저를 지나쳐 갔습니다. 묵념을 하면서도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묵념을 끝내고 눈을 떴을 때 저를 지나쳤던 한 떼의 젊은이들이 몇 발자국 앞에서 모두 묵념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 백 마디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구나!'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는 하지만 쓴소리가 결코 좋은 약이 되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요즘 어딜 가나 나라 걱정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TV를 틀면 나라 걱정하는 현자들의 말잔치가 넘쳐납니다.
노자는 구막대어욕득(咎莫大於欲得)이라고 했습니다.(도덕경 46장) 얻고 말겠다는 욕심[欲得]보다 더 큰 더러움[咎]은 없다는 말입니다. 자식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이 뭔가 얻고 싶은 욕심이라면? 나라걱정하는 이유가 뭔가 얻고 싶은 욕심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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