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틈이 없으면
↑ 옹기전 - 질항아리에 잿물을 입혀 구우면 오지 항아리가 된다.(울산, 옹기마을)
울산의 옹기마을은 마을이라기보다 관광단지에 가까웠습니다. 옹기박물관에 들어서자 할아버지 해설사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옹기하고 도자기 하고 뭐가 달라요? 옹기는 1200도 이하에서 구워내는데 숨구멍이 있습니다. 도자기는요? 도기(陶器)는 1200~1300도에서 구운 것을 말하고, 자기(瓷器)는 1300~1500도에서 구운 것인데 합해서 도자기라고 합니다. 도자기는 숨구멍이 없어서 장담글 때나 김치 담글 때는 쓸 수가 없지요.
고온에서 구운 도자기는 흙이 모두 녹아버려서 숨구멍이 없는데 옹기는 결정수가 빠져나간 사이에 숨구멍이 생긴다는군요. 그걸 루사이트(leucite) 현상이라고 한다나요. 숨구멍이 물보다 작고 공기보다 커서 물은 안 새고 공기만 드나든답니다.
도덕경 45장은 바로 그런 얘기가 쓰여있습니다. 대성약결(大成若缺) 기용불폐(其用不弊): 다 완성된 것이라도 빈틈이 있어야 쓰는데 불편함이 없다는 말입니다. 대영약충(大盈若沖) 기용불궁(基用不窮): 가득 채웠더라도 빈 것과 다름 없어야 끝 없이 더 채울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컴퓨터처럼 완벽한 친구보다 어수룩한 촌놈 친구가 더 오래 가잖아요.
도덕경 45장을 읽으며 오늘의 화두를 떠올려봅니다. 줄과 줄이 그물인가? 줄과 줄 사이가 그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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