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트는 갠지스
 ↑ 갠지스강의 일출 - 이런 태양은 지금 껏 본 적이 없었다.
바라나시는 새벽의 도시가 아니라 아예 잠들지 않는 도시였습니다. 새벽 거리가 엊저녁 잠들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시끄럽고 분주했습니다. 관광객이란 관광객은 모두 갠지스강의 일출을 보러 몰려들었습니다. 길 가에 서서 짜이(홍차+우유로 만드는 전통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갠지스강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치면 어깨를 비껴야 지나갈 수 있는 좁디 좁은 골목을 지나니 갠지스강으로 내려가는 널찍한 계단, 가트(Ghat)가 나타났습니다. 그곳이 가장 넓은 데샤스와메드(Dashashwameth)가트라고 했습니다. 쓰레기와 소똥이 너절했지만 매일 저녁 그곳에서 시바신에게 아르띠뿌자라고 하는 제사를 지낸다는 성소 중의 성소였습니다. 가트를 내려가보니 강변 가득 보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8명의 손님을 가득 태운 뱃사공은 익숙한 솜씨로 노를 저어나갔습니다. 강 언덕을 바라보니 100개도 넘을 것 같이 많은 가트와 사원이 보였습니다. 가트는 갠지스강의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성스러운 통로라고 했습니다.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가트 끝에 옷을 벗어 놓고 발가벗은 몸으로 갠지스강물에 뛰어들어 몸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연신 강물을 끼얹고 때로는 손으로 강물을 떠먹으면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남쪽 끝에 있는 가트에서는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갠지스강의 성소, 마니카르니카(Manikarnika)가트 화장터였습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은 채 5천년을 지켜왔다고 자랑하는 불은 그 시간에도 여전히 고달픈 영혼들을 천국으로 올려보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외면하고 강 건너 동쪽 하늘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춰버렸습니다. 태양신과 갠지스강의 신이 하나가 되어 밝음을 토해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온 세상의 밝음 에너지는 갠지스강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기에 충분했습니다. 지금까지 어디서도 그렇게 붉고 커다란 태양을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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