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오게네스의 사촌들
 ↑ 핑크시티의 낮잠 - 코카콜라가 부도난 회사의 간판처럼 헐벗었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을... 한 때 알렉산더보다 디오게네스가 멋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디오게네스가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핑크시티, 자이뿌르의 뒷골목으로 들어가니 디오게네스가 즐비했습니다. 연어의 슬픈 핑크색 마져 퇴락해 버리고 만 사막의 모래 빛깔 건물 앞에는 남자 디오게네스가 줄지어 앉아 무념무상을 즐기고 있었고, 길바닥에는 여자 디오게네스 둘이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퇴색한 코카콜라 선전은 부도난 회사의 광고판처럼 헐벗은 모습이었습니다.
인도의 디오게네스들은 말합니다. 잠을 자는데 집도 침대도 이불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잠이 없으면 어떤 포근한 침대에 누워도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잠을 자기 위해서는 다만 잠만 있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아직 핑크시티 왕궁에 머물며 잠 못 이루는 왕족의 후손들과 핑크시티 뒷골목에서 단잠을 자는 디오게네스가 언제쯤 만나게 될까요? 그리스의 알렉산더와 디오게네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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