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의 행복
 ↑ 설악의 첫눈(2013. 10.15) - 비와 단풍과 첫눈의 행복까지 담아 왔습니다.
이렇게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데 어디까지 가시려고요? 네, 대청봉까지요. 어지간하면 내려 가시죠. 비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산하는 사람들마다 제게 내려가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비가 오기 때문에 하산하고 있었지만 저는 비가 오기 때문에 설악산을 올라가고 있었지요.
희운각 대피소에 이르니 점심 먹을 시간. 장대비에 진눈개비와 우박이 섞여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대여섯 평 남짓한 취사장은 이미 발 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겨우 버너를 켜고 라면을 끓이면서 물어보았습니다. '오늘 내가 받을 행복은 어떤 것일까?' '비내리는 설악산에서 따뜻한 라면과 김밥을 먹을 수 있는 거? '물론이지.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 거야.' '그럼 혹시 첫눈이 아닐까? 설마...'
10월 15일, TV 뉴스에서 첫눈 내리는 설악산을 보셨죠? 그 날 저는 설악산 소청봉에서 첫눈을 맞으며 잠드는 행복을 누렸습니다. 아침이 되니 눈꽃 만발한 설악산 봉우리들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겨울산을 내려와 천불동 계곡에 이르니 그곳엔 여전히 가을이 있었습니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현란한 단풍들이 손 흔들며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비와 단풍과 첫눈의 행복까지 한 아름 안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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