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행복
  ↑ 백록담 - 운무를 걷고 잠시 얼굴을 드러내주었다.
딸과 사위가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을 챙기겠다고 나섰습니다. 제주행 비행기와 팬션을 예약하는 기특함을 보이더니 산이라면 질색을 하는 딸아이가 한라산을 올라가자더군요. 친구들이 울 남편 대단하대. 마누라 한라산 다녀오라고 애기 봐주는 남편이 흔하지 않을 걸... 딸아이는 남편과 아이를 두고 혼자 온 게 마음에 걸린다면서도 이번 여행 제목을 '외동딸 놀이'라고 하며 행복을 만끽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제주도에는 비가 주룩주룩... 아빠, 이렇게 비가 오는데 올라갈 수 있어? 우중 산행이 얼마나 멋진데... 우리 아빠 누가 말려... 운 좋으면 운무 속에서 한라산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아무리 앞 일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지만 비오는 한라산을 오르면서 백록담을 볼 생각을 하다니. 딸 아이는 저를 세상에서 두 번째 가는 로맨티스트라고 합니다. 왜 첫 번째가 아니고 두 번째 로맨티스트인지 아세요? 처자식을 굶기지는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한라산 정상에 이르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비가 그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 바람이 백록담을 덮었던 비구름을 불어가더니 백록담이 말끔히 씻은 얼굴을 드러내더군요. 그것도 다해서 5분 남짓.... 역시 로맨티스트의 복은 따로 있나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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