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행복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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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행복

백록담 - 운무를 걷고 잠시 얼굴을 드러내주었다.

딸과 사위가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을 챙기겠다고 나섰습니다.
제주행 비행기와 팬션을 예약하는 기특함을 보이더니
산이라면 질색을 하는 딸아이가 한라산을 올라가자더군요.
친구들이 울 남편 대단하대.
마누라 한라산 다녀오라고 애기 봐주는 남편이 흔하지 않을 걸...
딸아이는 남편과 아이를 두고 혼자 온 게 마음에 걸린다면서도
이번 여행 제목을 '외동딸 놀이'라고 하며 행복을 만끽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제주도에는 비가 주룩주룩...
아빠, 이렇게 비가 오는데 올라갈 수 있어?
우중 산행이 얼마나 멋진데...
우리 아빠 누가 말려...
운 좋으면 운무 속에서 한라산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아무리 앞 일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지만
비오는 한라산을 오르면서 백록담을 볼 생각을 하다니.
딸 아이는 저를 세상에서 두 번째 가는 로맨티스트라고 합니다.
왜 첫 번째가 아니고 두 번째 로맨티스트인지 아세요?
처자식을 굶기지는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한라산 정상에 이르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비가 그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 바람이 백록담을 덮었던 비구름을 불어가더니
백록담이 말끔히 씻은 얼굴을 드러내더군요.
그것도 다해서 5분 남짓....
역시 로맨티스트의 복은 따로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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