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즐기기
 ↑ 산딸기 - 불암산 산딸기들이 비를 맞으면 얼마나 더 예쁠까...
한밤중 불암산 숲속에서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려오더니 날이 밝아오면서 창문 사이로 시원한 빗소리가 마음까지 적셔주었습니다. 유난히 비를 좋아하는 제겐 장마철이 선물입니다. 어떻게 하면 비오는 날이 선물이 될 수 있을까요?
장면 1. 여름방학, 외갓집 툇마루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봅니다. 건너 방에서 외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얘, 진형이 심심하겠다. 감자 구워 오너라. 지금도 비가 내리는 날이면 외할아버지의 모습과 목소리와 노릇노릇 구운 감자 냄새가 함께 내려옵니다.
장면 2. 장소위! 서울 나가면 전화 한 통 부탁해. 여기... 전화번호... 조중위님, 애인 있으셨어요? ...... 장소위의 전화를 받고 전방 부대까지 빗속을 달려 온 노란 레인코트를 입은 여인은 천사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지금도 비만 오면 그 때 비오던 날처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장면 3. 빗줄기가 발 아래서 위로 솟구쳐 오르고 태풍은 지리산을 송두리째 뒤엎을 듯했습니다. 한 시간 내로 모두 대피하랍니다. 벽소령 산장에도 대피령이 내렸습니다. 우리는 벽소령에서 음정 방향으로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길은 줄지 않고, 비에 젖은 몸은 춥고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바람이 잠자는 틈에 우산을 이어 지붕을 만들고 라면을 끓였습니다. 지리산에서 빗물에 말아 먹던 라면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지금도 비가 오면 비오는 지리산으로 달려가 그 비를 맞고 싶습니다.
비오는 날에 앵커링된 수많은 추억들을 하나하나 꺼내보세요. 장마철을 즐길 수 있는 신비한 요술을 부리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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