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만들기
 ↑ 6월의 빛 - 꽃이 아니라도 좋다
어제 나이 40이 넘은 제자가 점심을 샀습니다. 내가 보기엔 아직 싱싱한 청춘인데 정작 본인은 사추기가 시작되었다고 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버르장머리 없이.... ㅎㅎ)
영영 시집도 못 갈 것 같은데 이렇게 살다가 죽을 수는 없잖아요? 뭘 하고 싶은데? 버킷 리스트를 새로 만들어야 하겠어요. 버킷에 어떤 걸 넣고 싶어? 우선 일을 좀 줄여야겠어요. 학원에선 강의 시간 줄이기가 별로 어렵지 않지? 네. 가능하지요. 그리고? 건강을 찾아야겠어요. 자동차 팔아버리고 걸어 다녀. 그건 안 돼요. 그럼 일주일에 이틀쯤 차 없는 날을 정해 봐. 생각해 볼게요. 또? 봉사활동도 좀더 많이 해야겠구요. 또? 여행을 좀 많이 다니고 싶어요. 그리고? 이태리어를 공부해야 해요. 왜? 이태리에 가서 한 달만이라도 살다왔으면 좋겠어요. 이태리어 모르면 이태리 못 가나?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잖아요.
제자에게 버킷을 다 쏟아 버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버킷 속에 달랑 '이태리 여행' 하나만 남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충고를 했지요. 이태리어를 배워 이태리 여행을 가는 것보다 다음 세상에 이태리에서 태어나는게 더 빠를 걸... 제자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지더군요. 알았어요. 내년 가을에 이태리 여행 떠날 거예요.
등잔 밑이 어두운 것 아닌가 슬쩍 내려다 봅니다. 내 버킷은 쓰레기통으로 변한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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