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만들기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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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만들기

↑ 6월의 빛 - 꽃이 아니라도 좋다

어제 나이 40이 넘은 제자가 점심을 샀습니다.
내가 보기엔 아직 싱싱한 청춘인데 정작 본인은
사추기가 시작되었다고 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버르장머리 없이.... ㅎㅎ)

영영 시집도 못 갈 것 같은데 이렇게 살다가 죽을 수는 없잖아요?

뭘 하고 싶은데?
버킷 리스트를 새로 만들어야 하겠어요.
버킷에 어떤 걸 넣고 싶어?
우선 일을 좀 줄여야겠어요.
학원에선 강의 시간 줄이기가 별로 어렵지 않지?
네. 가능하지요.
그리고?
건강을 찾아야겠어요.
자동차 팔아버리고 걸어 다녀.
그건 안 돼요.
그럼 일주일에 이틀쯤 차 없는 날을 정해 봐.
생각해 볼게요.
또?
봉사활동도 좀더 많이 해야겠구요.
또?
여행을 좀 많이 다니고 싶어요.
그리고?
이태리어를 공부해야 해요.
왜?
이태리에 가서 한 달만이라도 살다왔으면 좋겠어요.
이태리어 모르면 이태리 못 가나?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잖아요.

제자에게 버킷을 다 쏟아 버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버킷 속에 달랑 '이태리 여행' 하나만 남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충고를 했지요.
이태리어를 배워 이태리 여행을 가는 것보다
다음 세상에 이태리에서 태어나는게 더 빠를 걸...
제자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지더군요.
알았어요. 내년 가을에 이태리 여행 떠날 거예요.

등잔 밑이 어두운 것 아닌가 슬쩍 내려다 봅니다.
내 버킷은 쓰레기통으로 변한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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