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말 속말
↑ 봄 뜰의 매화 - 버선발이 살짝 드러나 보이는 색씨 같다.
똑같은 매화를 뭘 그리 많이 찍어요?
매화는 같은 매화지만 배경이 다르잖아.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배경으로 한 매화가 물고기 같다면
구름 둥실 떠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한 매화는 한 마리 새와 같고
한옥을 배경으로 한 매화는 버선발이 살짝 드러나 보이는 색씨 같습니다.
사진 속의 피사체를 배경이 말해주듯이
사람들은 겉말 보다 속말로 소통을 합니다.
선생님, 이거...
기섭이 엄마가 반으로 접은 하얀 봉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이게 뭐죠?
커피라도 한 잔 사드시라고...
기섭이 어머니! 제가 커피 사러 갈 시간이 어디 있어요.
다음엔 잊지마시고 꼭 커피 뽑아다 주세요. 네? 아셨죠? 하하...
그럴까요?
기섭이 엄마는 겸연쩍게 봉투를 집어넣었습니다.
속말은...
선생님, 돈 봉투...
얼마나 들었을까?
커피 한 항아리는 살 돈이니 받아 쓰시고 기섭이 좀 잘 봐주세요.
돈 봉투? 그거 절대 받을 수 없지.
돈으로는 안 통하는 선생님이군.
속말을 이해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말이 소통을 돕는 게 아니라 말이 소통을 막는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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