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와 예의
↑ 국립현대미술관 공사장 가림막 - 예의 있게 가린 건가? 예의 없게 벗은 건가?(종로구 소격동)
함께 세미나에 참석했던 젊은 교수가 말을 걸었습니다.
"어디로 가세요?"
어디로 가는지 뻔히 알면서 묻는데 거짓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상계동이요."
"중계동까지 태워주실 수 있으세요?"
"그러시지요."
주차장 입구에서 기다리던 젊은 교수가
제 차의 뒷문을 열더니 오른쪽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나를 운전기사로 알고 뒷자리에 탔을까?'
'앞자리에 앉는게 예의라는 걸 몰라서 뒷자리에 앉았을까?'
운전하는 내내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초등학생 조카들과 한 상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윗사람과 식사할 때는 윗사람보다 늦게 먹기 시작하는거야."
"왜요?"
"그게 예의야."
"그게 무슨 예의예요. 아부지."
"그래 맞아. 아부라고 해도 좋겠다.
그런데 밥 먹을 때 윗사람한테 잠시 아부하면 안 되겠니?"
"왜요?"
"글쎄.. 네가 윗사람이 되면 저절로 알게 돼."
예의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아부라도 좀 많이 하는 세상이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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