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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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

↑ 입춘대길 건양다경 - 입춘을 맞이하여 좋은 일 많으시고, 건강하시고, 경사스러운 일 많으소서!


어제 남부터미널 근처에서 70대 기사님이 운전하는 택시를 탔습니다.
우측 첫 번째 차선에서 우회전을 기다리기에 제가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기사님, 이 줄은 손님 기다리는 택시 줄이라 안 움직이는 줄인데요."
"단속원들이 있어 그럴 리가 없어요. 신호가 떨어져야 가지요."
신호가 두 번 바뀌어도 그 차선의 차들만 꼼짝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사는 제풀에 화가 나서 난폭하게 차선을 바꿔
우회전을 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아니, 이렇게 복잡한 데서 지하철을 타야지 택시를 타면 어떻게 해..."
저는 어이가 없어 못 들은 척 화를 삭이며 도를 닦았습니다.

당고개역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골목길 맞은편에서 70대 노인이 자전거를 끌고 오고 있었습니다.
옆으로 비키느라 비켰지만 워낙 길이 좁아 제가 자전거 페달에 걸렸습니다.
"사람이 가면 옆으로 비켜설 줄 알아야지. 츳츶..."
하도 어이가 없어 말을 하지 않고 쳐다 봤습니다.
제 뒤에 오던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듯이 큰 소리로 되풀이 하더군요.
"사람이 가면 옆으로 비켜설 줄 알아야지. 츳츳..."

두 분 모두 젊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을 텐데...
나이를 먹으면 너 나 없이 모두 옹고집이 되는 모양입니다.
사람도 세월따라 뱀처럼 허물을 벗을 수 있으면 유연해지련만...

겨울비가 제법 많이 내리는 아침입니다.
마음만이라도 겨울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입춘대길'(立春大吉)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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