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뭘 멕여야지
 ↑ 뭘 멕여야지 - 맛이 빠진 여행에서 멋을 기대하는 것은 속 없는 만두를 먹는 격이다.
어제 서울에 있는 모 중학교에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대상은 학부모였고, 내용은 학교 폭력 예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NLP를 기반으로 한 분노 다스리기'라는 제목으로 미리 PPT 자료까지 보낸 상태라 가벼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맞벌이 하는 학부모들이 많아 별로 많이는 못 오실 겁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다 비슷해요. 게다가 여기는 편부모 학생들이 많아서... 그렇군요. 그래서 학생들도 함께 참여 시키기로 했어요. 괜찮으시죠? ... 네... 교감 선생님... 그럼 학부모, 학생, 선생님이 모두...? 그렇지요. 강의가 좀 힘드시겠지만... 네~에. 알겠습니다. 벌레 씹은 얼굴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표정 관리 하느라고 애썼지만 교감선생님이 눈치를 채더군요. 형편이 그렇다 보니... 죄송합니다.
마이크를 잡고 보니 점심 먹고 뛰어 놀다 들어온 아이들 인지라 강의 들을 생각보다는 잠잘 준비가 확실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도 못 들어보던 얘기인지라 엄마와 아이들의 반응이 모두 좋았습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도 시원시원했고.... 강의가 진행되고 20분쯤 지나자 선생님들이 왔다 갔다 들락날락 하더군요. 선생님들이 들을 만한 얘기로 수준을 좀 높이자 여기 저기서 아이들이 고개를 떨구고 졸기 시작했습니다. 난감한 첫 시간을 끝내고 쉬는 시간에 다시 전략을 짰습니다.
목소리의 톤을 두 단계쯤 올리고 공부 잘하는 비법을 재미있게 소개했더니 한 아이도 졸지 않고 눈망울이 또렸하더군요. 그러나 그 또렷한 눈망울의 비밀을 강의가 끝난 후에야 확실히 알았습니다. 강당을 나오는 제 뒤통수에서 들려오는 소리... 자, 졸지 않았으니까 약속대로 나갈 때 초코파이 하나씩 받아가라!
그래서들 대통령이 되면 뭘 자꾸 멕여주겠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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