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멀미
 ↑ 서울 - 멀미하기 십상인 곳이 아닌가? (김포 상공)
선배가 건강검진 결과 위암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위로 차 찾아갔더니 선배는 '왜 하필이면 나냐구'하며 흥분했습니다. 아직은 암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도 모르면서도 선배는 완전히 암에게 잡혀먹힌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위로의 말은커녕 마땅한 표정 하나 선택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정쩡하게 그냥 맞장구를 칠 수밖에요.
며칠 후 정밀검사를 받은 선배는 목소리가 매우 밝았습니다. 의사가 이렇게 작은 암 덩어리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모르겠다며 운이 좋아도 너무 좋다고 말했답니다. 하루 정도 입원하여 간단하게 내시경 수술을 하면 된다나요. 선배에게 '장수할 축복'이라고 축하의 전화를 해주었습니다. 암에게 잡혀 먹힌 것 같았던 선배는 암을 바퀴벌레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명의로 소문난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남의 차를 얻어타고 험한 길에 들어서면 차멀미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운전한다면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항암제 치료 과정의 부작용도 환자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 오히려 수월하게 이겨 나갈 수 있습니다.
삶이 멀미를 할 때마다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삶의 운전대를 남에게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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