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아름다움
 ↑ 석탑 - 단풍 자락으로 휘감은 3층 석탑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경주 남산 기암골)
이번에는 아직도 가을이 남아 있는 경주에 훌쩍 다녀왔습니다. 포석정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길을 접어두고 오른쪽 좁은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10분도 안 되어 감나무 과수원이 나오고 그 앞에 출입 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되돌아가려다 자세히 보니 오른쪽으로 좁은 길이 하나 보였습니다. 과수원의 탱자나무 울타리가 끝나는 지점에 '삼층석탑 420m'라는 낡디 낡은 이정표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쓰고 서 있었습니다. 워낙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 몇 번 헛걸음을 하고 찾은 곳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기암골 3층 석탑'이 하나 서 있었습니다.
골짜기의 이름이 기암골(碁岩谷)인 것으로 보아 그 골짜기 어딘가에 바둑판 모양의 바위가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배실이라고도 불렀던 것으로 보면 그 바위가 배 모양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겠지요.
붉은 단풍 숲속에 모습을 드러낸 기암골 삼층석탑은 거기 그런 모습으로 천 년이 조금 넘게 서 있었던 것이지요. 그 동안 함께 서 있던 짝을 잃었으나 결코 외로운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비단 옷인 양 단풍자락을 휘감고 서 있는 석탑을 카메라에 담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래. 천년을 그 골짜기에 수줍게 숨어 있었는데 휘감고 있는 단풍 자락마저 걷어내고 탑의 알몸을 찍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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