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걷기
↑ 달빛 갈대 - 달은 처다보는 사람에게만 미소를 던진다.
마실 갈 때마다 달이 나를 따라다니곤 했습니다.
나를 따라다니던 그 달 때문에 무서운 것을 모르고 밤길을 다녔지요.
단풍 가득한 산등성이를 걷다보면 그 때처럼 산이 나를 따라다닙니다.
가을 산을 걷노라면 아무리 걸어도 내가 있는 곳이 늘 산의 중심입니다.
그래서 옛 선비들이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벼슬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불환삼공지락'(不換三公之樂)이라면 바로 자연과 함께하는 것을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즉 삼정승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요즘 말로하면 가을을 걷는 일이 대통령 부럽지 않다는 말이 되겠지요.
그러니 대통령 되겠다고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부러운게 없네요.
그 아래서 이편 저편 나눠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은 좀 한심해 보이고요.
가을 산을 하루 종일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와 건강한 심장이 있으니
이보다 더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내가 우주의 변두리에 있으면 어떻고
우주의 중심에 있으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단풍 산을 걸을 때마다 내내 떠나지 않는 화두는
천번을 이지러져도 보름이면 언제나 둥근달이 되는 그런 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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