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길 - 사막에선 내가 가는 곳이 바로 길이다. (페루 빠라까스 모래 사막)
여행은 놀이처럼 그 자체가 매우 비생산적인 활동입니다.
아이들의 놀이에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야 재미있듯이
여행에도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놀이의 결과 자연스럽게 물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물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며, 물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배우듯이
우리는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여행을 통하여
삶의 가능성과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게 됩니다.
페루의 모래 사막에서 뼈대만 있는 자동차를 타고 길 없는 길을 달렸습니다.
그건 그저 여행 중에 만난 재미있는 사막놀이였습니다.
때때로 차를 멈춰두고 모래 썰매를 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자근자근 입속의 모래를 씹으면서 의문이 하나 둘 생겨났습니다.
인생이 사막놀이보다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모래사막에선 내가 가면 그것이 곧 길인 줄 알면서
인생의 사막에선 왜 앞 사람이 걸어갔던 희미한 길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달랑 프레임만 있어야 거침없이 잘 달릴 수 있는 사막에
주렁주렁 치장한 자동차를 몰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좌절하게 만든 것은 '현실'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좌절하게 만든 것은 '위장된 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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