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의 슬픔

by Skylark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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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찔레꽃의  슬픔                          청초   이용분 

      오늘은 하루 온 종일
      부슬부슬
      봄비가 내렸다.

      추운 한 겨울이 지나서도
      두껍고 무거운 검푸른 색 옷을 입은 채
      묵묵히 현관문 앞을 지키던 수문장
      주목이
      춘심을 못 이겨

      잎 끝에
      작은 콩알만 한
      아기 씨를 매 달았다.

      봄의 전령인
      진달래 꽃 아가씨가
      매섭던 지난 해 겨울을
      잘도 이겨내고
      몰래 몰래
      숨어서 키워온
      연 분홍색
      조그만 아기 꽃망울들을

      여기 좀 보라는 듯
      갑자기
      터 뜨렸다.

      지난 해
      한 여름날에 피어났던
      새 하얀 찔레 꽃.
      온갖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던
      은은한 향기와
      고운 그 자태를
      모르는 이 없으련만

      꽃이 지면
      나 몰라라
      그만 잊혀 지는 게
      세상 사.

      찔레 꽃 빨간 열매를
      집 새들이나 개똥지빠귀들이 찾아 와서
      제발 쪼아 먹어 주기를 ...

      애 타는 색  빨간색으로
      잘 영글어
      목 길게 늘여서 기다리는
      찔레 꽃 열매의
      안타까움이
      이 봄비 속에
      애처로이 남아 있을 줄은
      그 아무도 모르리라.

      모진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겨우내 얼어서 굳은 땅
      힘차게 밀어 올리고
      고개를 빼꼼이 내 밀어
      제일 먼저
      봄 뜨락을 점령하는
      이별 초의 도톰한 새순과
      샛 노란색 꽃 애기똥 풀도 뒤질세라
      제가끔 돋아나

      봄은 이미 이렇게
      돌아 와 있었노라
      뽐내고 있다.

      키도 덩치도 제일 크지만,
      늦 되어서
      초조해진 감나무가
      나라고 뒤질소냐
      급한 김에
      봄 빗방울을 가지 끝에 매어 달고

      높다란 봄 하늘 속에
      제 홀로
      영롱한 구슬인양
      제멋 대로 뽐 내고 있다.

                                       2003년 3월








      (아기똥 풀)

     (찔레꽃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