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향기
↑ 매향 -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
며칠 전 대학로에서 막걸리를 좋아하는 선배 시인을 만났습니다.
아니 얼마나 바쁘시기에 입술이 다 부르텄어요?
그럴 이유가 있어요. 나중에...
공부방에서 아이들이 기다린다며 좋아하는 막걸리 한 잔 못하고
짬뽕 한 그릇 뚝딱 먹고는 공부방으로 총총 달려가버렸습니다.
서울 시내 모 중학교 교장으로 은퇴한 선배는
여전히 공부방에 열정을 쏟고 있었습니다.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해 마련한 공부방인데
제 기억으로 20년, 아니 그 이상 된 것 같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당진까지 치과에
다니느라고 입술이 부르텄답니다.
후배가 당진에서 치과 개업을 했다더군요.
그 멀리까지 치과에 다니는 이유는 안 봐도 뻔 하지요.
치료비 깎기는커녕 개업 축하라며 더 보태줄 양반.
공부방 청소년들, 친구, 선배, 후배, 제자...
부인을 맨 꼴지에 세워 둔 시인의 모습 보이시죠?
제가 알고 있는 시인들의 계산법은 늘 그렇습니다.
그런 시인에게서 물씬 인간의 향기를 맡았다면
저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