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그림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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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그림

↑ 류승옥 - 모나미 153 볼펜으로 삶을 그리는 화가 (류승옥 전시장) 

얼마전 인연의 끝자락이 류승옥 화가와 닿았습니다.
화가는 2년 동안 그린 볼펜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주, 우리 부부는 귀한 전시회에 정중한 초대를 받았습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낙산 자락 골목에 들어서자
어렵지 않게 전시회를 안내하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모나미 전'
2층 작업실로 향하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를 때 '화가의 삶'이 다가왔습니다.
포스터에 들어 있는 한 장의 볼펜 그림과 가파른 계단만으로도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모습 속에 숨어 있는 예술가의 삶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2층 작업실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모두 모나미 볼펜으로 그려진 그림들이었습니다.
종이 한 장, 열서너 자루의 300원짜리 모나미 153 볼펜,
그리고 2개월의 시간이 그림의 원료라고 했습니다.

그림은 곡선 없이 20mm 정도의 짧은 직선으로 그려졌습니다.
날줄과 씨줄이 얽혀 비단을 짜듯 짧은 직선으로 짜내려간 그림은
화가의 삶이자 화장을 지운 바로 우리들의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옷걸이, 의자, 타올, 가방, 창문...
그리고 뒤태만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오래 된 친구였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돌아오는 길에 소원을 빌었습니다.
다음 번 전시회는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 줄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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