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때다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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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을 때다



↑ 천년 주목 - 어찌 세월의 무게를 눈의 무게와 비하랴! (태백산)


마흔을 갓 넘긴 제자가 저를 부러워했습니다.
사봉 선생님은 진정 자유인이세요.
왜?
바람보다 더 자유롭게 돌아다니시잖아요.
그럼 나랑 바꿀래?
.......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 역시 자유로움보다 더 귀한 건 젊음이더군요.

며칠 전, 강원도에 눈이 많이 온다기에 태백산을 찾아갔습니다.
무릎까지 쌓인 첫눈을 밟고 왔습니다.
정희성 시인의 '태백산행'를 읊조리면서 아내와 함께...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살이야 열아홉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이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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