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 주목 - 어찌 세월의 무게를 눈의 무게와 비하랴! (태백산) 마흔을 갓 넘긴 제자가 저를 부러워했습니다. 사봉 선생님은 진정 자유인이세요. 왜? 바람보다 더 자유롭게 돌아다니시잖아요. 그럼 나랑 바꿀래? .......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 역시 자유로움보다 더 귀한 건 젊음이더군요.
며칠 전, 강원도에 눈이 많이 온다기에 태백산을 찾아갔습니다. 무릎까지 쌓인 첫눈을 밟고 왔습니다. 정희성 시인의 '태백산행'를 읊조리면서 아내와 함께...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살이야 열아홉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이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