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멀미
↑ 초가집 시절의 홍도 - 모텔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을 재 촬영했다. (1960년)
홍도로 가는 뱃길은 흑산도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잔잔한 강 같았습니다.
'천사의 섬'이란 별명처럼 1004개의 섬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점점이 박힌 흑산도의 섬들이 눈에서 사라지기가 무섭게
망망대해처럼 보이는 바다에 집채처럼 높은 파도가 몰려왔습니다.
이쪽으로 기울어질 때는 선실 창 밖으로 하늘이 보이다가
저쪽으로 기울어질 때는 선실 창 밖은 바다 속이 되었습니다.
하늘과 바다 사이를 오가며 의자에 앉아있던
점잖은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선실 바닥에 내려 앉더니
아예 체면 불구하고 비닐 봉지 하나씩 들고 드러눕기 시작하였습니다.
배멀미란 의지로 막아지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저 역시 속이 울렁울렁 메슥메슥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복식호흡으로 고른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의 곳곳에 힘을 빼고 완전한 이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낙지처럼 흐느적 거리는 몸으로 눈을 감은 채 파도타기를 시작했습니다.
배와 함께 타는 파도는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놀이기구 같았습니다.
멀미 기운이 서서히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흑산도를 떠나 한 시간쯤 롤러코스터를 타고나니 배는 홍도에 도착했습니다.
어떤 파도라도 주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멀미를 일으키지 못합니다.
운전을 하면서 차멀미를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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